이름에 복자가 들어간 의사 이야기
병원에서 있었던 일
어머님 장례 치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뿍쩍뿍쩍하게 지냈다. 오 남매가 모여 하루 종일 유품 꺼내 정리하고 쓸고 닦았다.
날씨도 춥고 몸도 마음도 지쳐 나의 고질병 천식과 폐렴이 기승을 부린다. 기침과 가래, 콧물과 온몸이 아프고 내 목소리는 중저음에 쇳소리가 난다.
어쩔 수 없이 방문한 병원. 안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가야 한다면 가야죠.
옷 대충 챙겨 입고 딸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하고 진료실 앞에 확인하는 접수대로 갔다. 예약 접수와 당일 접수가 있는데 당일 접수다. 당일 접수는 딱 두 명 나와 내 뒤에 서 있는 복자가 들어간 의사다.
접수대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데 혈압 측정하시고 오시는 어르신을 먼저 접수하고 내가 접수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이름을 호명한다. 다른 환자분께 설명드릴게요. 중얼중얼~~~
그 후 내가 앞에 서 있는데 뒤에 서 있는 복자가 들어간 의사와 간호사와 얘기하여 "내가 먼저 왔는데요."
의사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내가 "나도 한마디 하면 됩니다."
의사 "그럼 먼저 하세요." 멋쩍은 표정이다.
내가 "송신향 왔습니다."
그게 끝이다. 간호사 "혈압 측정 해 주세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혈압 측정기에 팔을 넣고 혈압을 측정하니 136 나왔다. 숨을 고르고 다시 측정하니 124 다.
혈압 측정 용지를 간호사에게 주었더니 "대기하세요." 투명스럽다. 당일 접수 뒤에 있는 복 자가 들어간 의사 이름을 간호사가 부른다. 복자가 들어간 의사는 내과 의사 선생님을 뵙고 나와 수고하시라고 인사까지 하시고 유유히 사라진다. 조금 뒤 간호사는 복자가 들어간 의사를 채혈실까지 뒤쫓아가서 다시 내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나온다. 그 간호사가 그렇게 친절할 수 없으며 예쁘게 웃는지 처음 봤다.
복자가 들어간 의사가 가고 난 후 10분 뒤에 내 이름을 불렀고 내 차례가 되었다.
하루 종일 복 자가 들어간 의사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힘들다.
평소에도 억울함과 부당함을 잘 못 참는다. 왜냐하면 어릴때 할머니께서 "가스나가 말 대꾸하니" 이러시면서 부당함을 많이 겪었다. 다른 사람은 의사 선생님께서 바쁘셔서 그랬겠죠.라고 이해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나는 부당함이 기분이 나빴다.
내 시간을 그것도 10분이나 그가 뺏은 것이다. 금보다도 소중한 내 시간 말이다.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다. 내가 손해 볼 때도 있다. 그래도 속상함은 여전하다.
물론 그 의사는 긴 흰 가운 입은 것으로 보아 근무 중인 것 같다. 바쁘겠지만 예의가 없다.
근무 중에 아파 내과에 방문했다고 밝혔더라면
아니면 양해를 구했더라면 하루 종일 기분 좋았을 것이다.
몸이 아프니 작은 일에도 마음도 편치 않다. 병원에서 생길 일이 자꾸 부당함으로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