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어난 일
지지난 토요일에 시국 대회에 참석하고 집에 온 울 딸 얼굴이 홍당무다. 토끼가 울 딸 보면 맛있겠다면 먹으려 들 정도였다. "엄마, 너무 피곤해. 씻고 난 잘게" "응, 그래, 피곤하니 자"
새벽에 잠결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옆집 문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그냥 잤다. 방음이 너무 잘 되어 있어 우리 집인지 옆집인지 가끔 구분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딸에게 가니
"엄마, 다 올리고 너무 아파."
"병원 가자"
병원 응급실에 가서 기침하자 몸살감기란다.
직장인은 아파도 출근
"딸 출근을 할 수 있겠어?"
"응, 가야지. 오늘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출근하는 날을 뒷모습을 보며 안쓰러웠다. 그래도 씩씩하게 출근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도 출근 준비하고 일하고 바쁜데 울 딸 전화다.
"엄마, 너무 아파 병원왔어."
"그래 많이 아파."
"의사 선생님께서 비타민과 몸에 좋은 것 많이 넣어주신다고 하시며 링거 맞고 있어."
"그래 맞고 와"
울 딸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병원비가 십만원도 넘어" 하고 울상이다.
"좋은 것 너무 많이 넣어주셨네. 그럼 잘 낫겠지"
우리 둘은 까르르 웃었다.
다음날 출근 잘하고 잘 지내서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너무 평안한 마음으로 지냈다.
금요일에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여 우리 집에 불이 켜져 있다. '이런 일도 다 있네.' 혼자 중얼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울 딸 "엄마 구토와 두통이 너무 심하여 응급실 가서 CT찍고 피검사까지 싹 다 했어. 장염이래"
"장염이면 아무 것도 못 먹잖아. 알았다. 자고 나면 조금 나아지면 죽 먹자."
토요일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우리 딸을 겨우 데리고 다시 응급실로 직행했다.
또 다시 찾은 응급실
겨우 접수하고 접수 후에 응급실 앞에 이름을 불러 갔더니
"어떻게 왔어요."
"어제 구토와 두통으로 와서 장염이라고 했는데 똑같아서 왔어요." 내가 대신 말하자
"환자분께서 말씀해 주세요."
울 딸 "같은 말을 자꾸 시켜요."
의사 "왜 짜증을 내세요."라고 한다.
울 딸 "어제 구토와 두통으로 CT 찍고 왔는데 더 심해졌어요."
의사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란다."
응급실 안에 들어와 상황 설명해 드렸더니 피검사를 다시 하자고 하신다. 링거를 달고
"염증도 없고 여기 해 줄 것이 없단다."
"대학 병원으로 갈게요."
진료비를 계산하고 입원 준비하여 대학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차 안에는 가족 세명이 아무 말이 없다. 적막강산이 흐른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런 것 같다.
대학병원 응급실
접수하고 상황 설명드렸더니 간호사께서
"머리 다친 적이 있어요?"
"머리 다친 적 없어요. "
응급실 담당의사가 머리 CT 찍잖다.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는 눈치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뇌수막염 검사를 하잖다. 척수 3번과 4번 사이를 벌려 주사기로 척수액을 뽑는 검사다. 전공이들이 없다 보니 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양해를 구했고 보호자 동의를 구함과 동시에 의사와 간호사 두명이 함께 진행했다. 한참 뒤에 의사는 나가고 간호사는 휴대 전화 통화하며 검사를 진행했다. 너무 바쁜 알겠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감염 우려가 걱정이 된다. 검사 완료 후에 바른 자세로 누워 꼼짝하지 않고 6시간 있으란다. 1시간 자나자마자 입원 수속을 밟아라고 하신다. 입원 수속 밟아 병실로 옮겨 왔다. 병실에 오자 간호사 한분이 "환자분, 옆으로 이동할 수 있겠에요." 옆에 있던 간호사가 검사받아 안된다고 하여 여러 명이 울 딸을 들어 옆 침대로 옮겼다. 6시간 머리 들지 바른 자세로 누워 있으며 속이 안 좋다며 계속 올렸다. 노란 액이 올라왔다. 수액을 달고 그날 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며 보냈다.
나도 안 아프고 싶은데 아파
다 먹어도 되는데 물 한 모음만 먹어도 올라왔다. 거의 4일을 올리고 올렸다. 고열은 아니지만 열이 났고 아프단다. 바이러스 감염 즉 항바이러스를 쓰면서 지켜봤다. 입원한 지 4일이 지나며 울 딸 하는 말 "나도 아프고 싶지 않는데 자꾸 아파." 그 말 한마디가 어찌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몰랐다.
5일째부터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차츰 좋아지며 처음으로 먹겠단다. 이온 음료를 반컵을 먹었는데 괜찮다. 아주 부드러운 빵도 조금 먹고 호전되어 퇴원하게 되었다.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병과 싸우고 의사와 주사, 약물의 도움을 받고 보호자의 위로로 회복되는 것이다. 아픈 환자도, 보호자도 병원은 싫다. 그러므로
25년 새해에는 안 아프고 싶은데 아픈 이들이 없기를 바라며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