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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사과 퓌레 그림동화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아빠, 아빠..... 아빠라고 부르다가 떼지게 야단맞았다.


아빠와 사과 퓌레 그림동화 줄거리

(아빠와 사과 뿌레)는 아빠 볼은 매끈하고 턱은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가끔 내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듣는 아빠 귀는 잠든가 보다. 아빠 손이 천 개였으면 좋겠다. 화난 아빠에게 난 바보 같은 아빠라고 속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5060 당신은 아빠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아빠 딸이다.

우리 아빠는 아이를 좋아하신다. 유독 나만 "아버지 딸"이라고 하셨다. 이유는 결혼하고 군대 가셔서 언니가 태어나는 걸 못 보셨고, 휴가 나와 작은 언니 갖고 태어났다. 나는 제대 후에 임신부터 태어나는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셨다. 셋째 딸이라서 할머니 구박을 받았다. 혼자 있을 때가 많다 보니 나를 안고 강둑으로 산책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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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고 부르고 싶다.

어릴 때 친구가 "아빠"라고 불러 나도 "아빠"라고 부르다가 할머니께 데지게 야단을 맞았다. 그다음부터 "아버지"라고 부른다. 오늘 이 글에서만은 "아빠"라고 호칭해보고 싶어 아빠라고 쓴다.


자매의 난

언니랑 싸움이 벌어졌다. 싸운 내용은 뭔지도 모른다. 다만 외출에서 돌아온 아빠께서 아셨고 회초리로 종아리 한 대씩 맞고는 무릎 꿇고 앉아 아빠께서 우시면서 "하나님, 내가 자녀를 잘못 키워 자매끼리 싸웠습니다. 용서해 주시고..." 기도하셨다. 처음이자 마지막 아빠께 회초리 맞은 사건이었다. 다음부터는 아빠 우시게 할 수 없어 싸우다가도 아빠 오시면 멈추었다.


풍류를 아시는 분

오전 예배 드리고 저녁 예배 때까지 있으면 오후 시간에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하셨다고 하신다. 풍금을 한 손으로 치다가 양손으로 치게 되고 이어 피아노를 치게 되셨다. 촌 교회에 피아노 칠 사람이 없자 예배드릴 때 반주를 하셨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독학으로 피아노 칠 정도의 열정이 넘치는 분은 많지 않으시다. 예술가는 섬세하고 예민하다고 했든가? 제 어릴 때 성가대 연습하면 꼭 반음 낮다고 저보고 가끔 지적하셨다. 아이들 많은 곳에서 지적을 받아 그런지 준욱이 들었다. 지금도 노래를 부를 때는 자신이 없다.


날아가는 구두

검정 고무신을 아시나요? 나는 어릴 때 머리는 빡빡 밀고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유독 코가 많이 나오는 아이였다. 어릴 때는 신발은 검정 고무신이었다. 흰 고무신이라고 신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형제자매는 많고 할머니와 징조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농사꾼 집에서 말이다. 초등학생이 된 내게 운동화가 유일한 신발이었다. 그런데 시장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단화를 사 오셨다. 그것도 내 것만 그 단화를 들고 어찌나 좋던지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저절로 좋다. 날아가는 구두 단화를 신고 나는 엄청 빛나는 아이었다.

살아계신 아빠

전동차를 타고 지팡이 짚고 허리 굽은 우리 아빠 약 드셔도 아프시다고 하시고 힘이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살아 계시고 뵐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올 설날에 세배드리고 아빠 손 꼭 잡아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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