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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아줘(그림동화)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조 워링이 지은 그림동화 (나도 안아줘) 를 읽고, 동물 친구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해한다. 그런데 그중 고슴도치는 자신의 몸에 있는 가시 때문에 안으면 상대방이 너무 아팠다. 속상해하며 자신을 사랑해 줄 친구가 없다고 떠나는데, 그때 아르마딜로가 말한다.
“꼭 안아야 돼? 뽀뽀하면 되잖아.”
그 말에 고슴도치는 친구를 안는 대신 뽀뽀함으로써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하게 지냈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를 읽고 우리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부모는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 그런데 부모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라고 말한다.

자녀는 “우리 아빠한테 걸리면 맞아 죽어요.”라고 한다.

부부끼리는 “나를 못 믿는 거야?”라며 서로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

친구들끼리는 “우리의 우정은 변치 말자.”라고 다짐한다.

우리 인간관계에는 많은 사랑이 얽혀 있다. 딱 한 가지 사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부부의 사랑, 부모의 사랑, 자식으로서의 사랑,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서의 사랑…. 그 다양하고 많은 관계를 어떻게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그것이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동화에서 명쾌한 답을 찾았다.

코로나 시기에 말했던 ‘거리 두기’다. 거리 두기를 다른 말로 하면, 두 사람 아니 몇 사람의 사랑을 적정 거리를 두고 조율하고 조정하자는 것이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적정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관계는 부모와 자녀 사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참 좋은 말 같지만, 동시에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딸과 저녁을 먹으며 “다 먹었니?”, “치울까?”라고 물었다. 설거지를 한 뒤 방 청소를 하며 “이건 쓸 거야?” 했더니 우리 딸은 “잔소리 또 잔소리야.”라고 한다. 듣기 싫다는 말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의를 가지고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절과 조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조정하는 순간을 잘 파악하고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구나 그 사랑을 잘 알려면 (여덟 단어)에서 말한 ‘견(見)’이 중요하다. 그 사람을 잘 관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 사람을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판단이 설 수 있다.


나는 앞만 보고 나가는 사람이다. 주변을 잘 돌아보며 누가 힘들어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른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책임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가끔은 실수를 한다. 반복적인 것을 좋아하는 덕분에 지루함을 크게 느끼지 않고 지낸다.


어떻게 보면 따분할 수 있는 일상이 주는 행복함이 좋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잘 챙겨준다. 학원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 오이에 쌈장을 찍어 먹었더니 한 학우가 “반찬이 왜 이리 부실해?” 하며 오이 한 조각을 집어 먹더니, 점심 먹으러 집에 다녀오며 낚시로 잡은 갈치를 구워 먹으라고 갖다주었다.

얼마 전 학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학우의 어머님은 지금 같은 건물 위층·아래층에서 함께 살며 식사도 같이 한다. 과거에는 어머님이 혼자 계셨는데, 물에 말아 밥 드시는 것이 싫으셨다고 했다. 아마 그 생각이 나서 나에게도 “잘 챙겨 먹으라”는 마음으로 갈치를 주신 것 같아 고마웠다.


조개는 이물질이 들어와 그것을 이겨낸 결과물이 진주가 되듯, 우리 삶에 아픔과 고통이 때로는 따뜻한 사랑으로 빛나기도 한다. 고슴도치가 사랑을 찾아 방황하다가, 다른 방법인 뽀뽀로 사랑을 확인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은 한 가지 방법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말로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의 방식도, 사실은 사랑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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