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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Jul 09. 2024

#14. 중고거래를 하는 이유

2022년 10월 4일의 끄적임

나는 집에 물건이 많은 것, 쌓여있는 것이 싫다. 


그렇다고 미니멀라이프냐고 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물건들에 치여살기는 하지만, 내 선에서는 최대한 필요한 물건들만 구비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하는 노력들은, 예를 들어,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은 바로바로 처분하는 것(옷은 의류수거함이 있기 때문에 처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1주일 단위로 냉장고를 채워두는 것(그래서 항상 냉장고가 반이상은 비워져 있다), 생필품들을 최소한으로 구비하는 것(가격경쟁력을 이유로 많이 사다 두었다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사용하지 못한 것들도 꽤 많다),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에는 그와 유사 군들의 물건들은 처분하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누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깨끗하다", "정리가 잘 돼있다"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집에 있다 보면 "저걸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숙원 사업들이 쌓여있기 때문에, 아직 스스로 만족되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 나에게 쓸모 있었고, 충분히 쓸만한 물건들을 보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저 안타까운 물건에게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은 욕심이랄까-


이것이 내가 중고거래를 시작한 이유이다. 처음엔 단순히 좋은 육아용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접근했었는데, 나중에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처분해 가는 재미가 더 커졌다. 


물론, 중고거래 특성상, 대부분의 물건을 싸게 팔수밖에 없기 때문에, 돈을 바라고 하기에는 소소하고, 구매자와 시간을 맞추는 일이 번거롭고, 말도 안 되는 네고를 하시는 분들로 인해 피로감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어딘가에선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개운함과 함께 이상한 뿌듯함이 몰려와, 이제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중고거래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또, 구매자들과 스쳐가듯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 활력을 주기도 하고,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고,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도 하기에, 왜 중고거래 어플에서 "나"를 "온도"로 정의하고 있는지, 새삼 이해가 된다. 


현실적으로, 아기가 생기면서, 물건들이 늘어나는 속도를 물건이 없어지는 속도가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버릴까? 하다가도 조악한 장난감을 열심히 가지고 노는 아기를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아기의 성장 속도를 예측할 수 없으니, 버려야지-하며 아기의 옷가지들을 정리하다가도 다시 개어놓는 횟수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마저도 안 하면 정말 물건에 삼켜질 것 같아서, 나만의 속도로 물건을 처분해 나가려고 한다. 진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그날까지, 나의 중고거래 앱은 활성화되고, 나의 온도는 조금씩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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