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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Sep 09. 2024

#22. 아이 둘, 어떻게 키워요?

외출의 목적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큰 아이 손을 잡고 작은 아이를 안은 채로,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온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때였다.

내 또래 정도되는 여자 셋이 캠핑을 가려고 하는지 멋진 SUV차의 트렁크를 열어 두고 짐을 싣고 있었다. 여고생의 “깔깔”과 진배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텐트, 이쁜 색깔의 침낭, 스타벅스 아이스박스, SNS에서만 본 핫한 맥주 등이 잔뜩 실리고 있었고, 그녀들의 패션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갖춰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들에게 눈길이 가면서, 같은 나이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둘을 이고 지고 있는 나의 모습과 그녀들의 모습에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며(나도 모르게 그녀들을 화려한 싱글로 단정했다), 약간은 처량한, 약간은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없다가 있는 삶, 아이가 하나였다가 둘인 삶, 내 인생에 변곡점을 그린 순간들 중 큰 아이, 작은 아이의 탄생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아이가 하나인 친구와 같이 여행을 가기 위해, 저녁식사 준비물을 나누어 챙기는 과정 중 친구가 지나가듯 말했다.

“우리 애 때문에 짐이 많아서, 이건 너가 가져와줘”


큰 아이 짐은 커녕, 작은 아이가 아직 분유를 먹고 있던터라 짐이 무한정 늘어나고 있을 때 저런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발끈과 울컥이 올라왔다. 그러다가 ‘그래- 나도 아이가 하나 있을땐 그게 젤 힘든줄 알았자나, 안해보면 모르는게 당연한거지” 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작은 아이를 통해 내 마음이 이렇게나 넓어졌구나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작은 아이는 날때부터 기관지가 약했다. 5개월 때 처음으로 걸린 폐렴을 시작으로, 감기가 길어지면 어김없이 폐렴을 앓았다. 폐렴은 입원 말고는 답이 없다. 3번 정도의 입원과 퇴원이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회사, 남편, 큰 아이, 친정 엄마, 시어머니 모두가 스케쥴을 조정하는 누더기 육아현장 속에서 작은 아이의 약한 기관지가 내 탓인거 같아 괴로웠다.


“애 둘낳고 후회한적 없어?” 라는 큰아이 친구 엄마의 질문에 “있지 왜 없어”라는 말이 1초의 고민도 없이 나온다. 큰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가 하나면 얼마나 편했을까 한다.


그러다가 문득 작은 아이를 본다. 언니처럼 쇼파에 올라가 보겠다고 짧은 다리를 쇼파 위로 최선을 다해 올리고 있다. 이 친구는 대체 왜 이렇게 귀여울까, 우는 것도, 걷는 것도, 먹는 것도, 안되는 발음으로 열심히 말하는 것도, 작디작은 손가락으로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주우려고 고군분투하는 것도, 퇴근 후 집에 가면 “옴마“하며 달려오는 것도, 나가자고 하면 신발을 들고 현관 앞에 앉아있는 것도,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을 벅벅 긁으며 문지기 하는 것도, 토끼 인형 귀를 잡고 질질 끌고다니는 것도, 사운드 책을 꾹 누르고 손을 들어 박자를 타는 것도, 그래 너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어!


애 둘을 어떻게 낳아서 기르냐고 자기는 절대 못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동생에게서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는 의외로, “언니, 그래도 애들이랑 있을 때 행복해보여” 였다.


아이 둘이 가끔 노는 찰나와 같은 순간,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에게 사랑을 가득주는 순간들이 분명 있음에도, 대부분 피곤하고 힘들다라는 느낌으로 살아갈 때가 많았던터라, 동생의 이야기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 둘, 어떻게 키워요?”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늘 “그냥”이다. 

경제적인 것을 따지거나, 좋은 엄마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절대 못할 일이다. 작은 아이를 안아주면서 동시에 큰 아이를 업어주는 일, 두 아이 가방과 두 아이 낮잠 이불을 동시에 드는 일, 스케치북을 따로 펴줘도 꼭 언니 그림에 그림을 그려야 직성이 풀리는 작은 아이를 언니 그림에서 떼 놓으면서 속상한 큰 아이를 달래는 일, 작은 아이 기저귀를 갈면서 큰 아이 책을 읽어주는 일에 대해 어떤 철학이 필요할까, 그냥 할 수 밖에!


아이들 사진을 남편과 카톡으로 공유하던 어느 날 밤, 남편이 아이들을 찍은 사진에 내가 걸렸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는 옆모습이었다. 내가 이렇게 웃었구나, 너희와 있을 때 내가 이렇게 행복하구나, 너희가 나를 이렇게 웃게 해 주는구나.


그래- 아이 둘 낳길 참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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