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5일의 끄적임
20개월 지원이와, 초보맘 나는, 엄마와 딸보다는 엄마와 아기란 말이 아직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퇴근길, 워킹맘은 발걸음이 바빠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퇴근 후 여유 있게 집에 걸어가 본 적이 없다.
땀날 만큼 뛰진 않아도, 가장 최적의 길로, 빠른 발걸음으로, 약간의 헉헉거림과 함께 집으로 간다.
아기와 함께 있어 힘든 친정엄마를 생각하는 마음과,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걷고 또 걷는다.
"지원아 엄마 왔다"
그날에 자랑하고 싶은 것을 들고 오거나, 방금 목욕을 마치고 발가벗고 있는 아기를 보면,
오늘 내가 출근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세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옷도 부랴부랴 갈아입고, 가방은 대충 던져두고, 육아 출근이 시작된다.
아기를 쫓아가면서, 발에 밟히는 장난감을 정리해가면서,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친정엄마와 아기와 같이 저녁을 먹는다.
"지원아 오늘은 선생님이랑 뭐 하고 놀았어?"
"니니, 아빠 뚜뚜" (선생님이랑 아기 상어 노래 듣고 춤췄다는 말)
"공원에 할머니랑 갔을 때, 새가 어떻게 날아다녔어?"
"할머니, 짹짹, 후우~~~" (할머니랑 새가 하늘로 나는 것을 봤다는 말)
아기와 엄마만 아는 언어들로 가득 채워진 저녁 식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친정엄마는 가시고, 아가와 엄마만의 시간이 이어진다. 이 시간을 아빠와 함께할 때도, 그러지 못할 때도 있는데, 여기서 왜 엄마는 항상 함께하는데 아빠는 항상 함께하지 못하지?라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기는 통상 8시 30-9시 사이 잠이 든다.
이런 보통의 날은 아기와 엄마가 서로 안아주며 꽁냥꽁냥 하다가 평화로이 마무리된다.
하나, 인생이 보통의 날 뿐이더냐!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기가 안자는 날이 있다.
안 잔다! 정말 죽어도 안 잔다! 침대를 쏜살같이 빠져나간다.
"엄마?! 가치"하면서 손을 이끈다.
엄마가 안 간다고 하면 "이잉~~~"하다가, 엄마가 망부석이면, "안녕"하고 쿨하게 돌아선다.
혼자서 놀다가 다치는 거 아닐까 싶어 슬쩍 나가보면 의자나 소파에 올라가서 씩 웃으며 "엄마"라고 부른다.
이런 시간이 30분 넘게 흘러가면 엄마와 아기는 서로가 미워진다.
정확히는 엄마가 아기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9시가 9시 30, 10시, 10시 30이 된다.
엄마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ㅠㅠ 결국 자기 싫다는 아기를 들쳐 없는다. 업혀서도 버둥버둥
자는 아기를 보며 생각한다.
결국 한 시간인데, 좀 더 웃으면서 놀아줄걸, 어차피 결국은 잘 건데, 하루에 아가를 몇 시간 본다고..
후회와 죄책감이 고개를 들 때쯤, 엄마는 생각한다.
"내일 더 잘하지 모!!"
경험상, 후회와 죄책감은 워킹맘을 좀먹는다.
"나는 이제부터 등원 준비도, 아침 준비도, 출근 준비도 해야 한다고!!"
사랑하는 지원아, 엄마는 사실 모든 순간 너를 사랑해
그래도 이왕이면 늘 보통의 날이 되어주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