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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Apr 22. 2024

#2.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방법

2022년 7월 14일의 끄적임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하는 아들과,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 아빠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아빠: "스마트폰을 못 봐서 슬플 때도 있어?"

아들: "가끔 그래요, 

         아빠, 내가 스마트폰을 보지 못해서 심심하다고 느껴질 땐 어떻게 해요?"

아빠: "심심해지는 건 좋은 거야, 그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거든"


우연히 TV를 돌리다가 보게 된 아들과 아빠의 장면!

당시는 "나중에 아이가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면 저렇게 말해줘야지!"라고 생각한 게 다였지만, 

[심심해져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그 말은 내 마음에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남아있다.


나는 지독한 미션 수행자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미션이 끝나갈 때쯤이면, 다음 미션을 생각한다. 다음 미션이 생각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무얼 놓쳤을까....' 

워킹맘으로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숙명도 있지만,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늘 그래 왔다. 

그래서 아쉽게도 취미다운 취미가 없고, 누가 무얼 좋아하냐라고 물었을 때, 영화감상이나 맛있는 음식 먹기 등의 뻔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가뭄에 콩 나듯 생기는 아이와 남편이 모두 없는 날, 소위 자유부인의 날, 그 전날부터 가슴이 뛴다. 

이 소중한 시간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무얼 해야 할까!  

또 다른 미션이다. 

변변찮은 취미도 없고,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 카톡 친구 목록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그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줄 친구 또는 지인을 찾아 헤매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대부분의 여의치 않다), 혼자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또는 순대를 1인분 사다 놓고 TV로 늘 보던 예능을 보는 게 전부이다. 


취미 하나 없는 삶이,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 찾던 삶이 가엽기만 했는데,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아직 심심함이 쌓이지 못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심심함이 손톱만큼씩 쌓이다 보면, 손톱이 언제 자란지 모르게 자라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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