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쓰 May 20. 2024

#6. 또 수다떠냐구요?  

2022년 7월 27일의 끄적임

약 1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린 나만의 결론 중 하나는,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팍팍한 현실속에서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회사를 같이 흉볼 수 있는 동료들과의 수다가 아닐까 싶다. 이런생각은 나만하는게 아닌지, 최근에 이직한 회사에서 동료들은 "회사 흉을 같이 보니, 이제야 우리회사 사람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반복되는 생활속 매일 얼굴보는 사람들의 수다가 뭐 그렇게 의미있을까 하다가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회사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도 하며, 회사생활 중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종종한다. 

특히, 그 시간들을 통해 마음이 통한 회사동료들 중 일부는, 회사와 별개로, 인생의 친구가 되어 삶을 나누기도 하는데, 어찌 수다가 중요하지 않을쏘냐! 


싱글일때는 어린이집에 등원시킨후 모인 엄마들의 브런치 타임이나 티 타임이, TV 드라마 보던것 처럼 엄마들의 자랑질하는 시간, 남의 자식과의 자연스런 비교를 통해 사교육을 불러 일으키는 시간 등으로 인식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평범한 엄마가 맞다면(평범보다는 무딘 엄마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평범한 엄마들에게 그 시간들은, 정답없는 육아에 있어서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위로받는 순간일수도, '오~ 저런건 너무 좋다! 나도 해봐야지' 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일수도, '나도 저런적 있었는데,, 조심해야겠다'라는 반성의 순간일수도 이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주제들, 내가 별관심이 없는 주제들이 수다의 메인으로 등장할때, 혹은 그 대화들 속에 친구들이 모르는 나의 결여점들이 콕콕 건드려질때는, 수다로 인한 피로감을 느낀적도 있었고, 괜히 밀려오는 헛헛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지나치지 못하고 맥주와 각종 안주감을 집으로 들여와 우걱우걱 먹었던 적도 있었다. 그 밤에! 굳이!  


이럴때는 나를 갉아먹는 소비적인 수다가 얼마나 의미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좁아지는 인간관계와 새롭다 하게 느낄만한 것이 없는 뻔한 관심사 속에서, 일과 가정이라는 책임을 잊을 수 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지인들과의 수다는 늘 기다려진다.  


"수다가 고프다"라고 절실하게 느꼈던 적은, 아기의 꼬물꼬물 신생아 시절이었다. 

삶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아직은 정체를 알수 없는 생명체가 우리집에 누워있는 것은 확실한데, 나의 마음은 그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와 이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친청엄마가 와주기만을, 남편이 퇴근해주기만을, 동생이 놀러와주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이때, "아, 나는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면서, 내 마음을 다잡고 정리하는 사람이구나"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MBTI가 "E"형인 내가 느끼는 수다의 의미와 MBTI가 "I"형인 누군가가 느끼는 수다의 의미는 온도차가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도,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의 대화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전 05화 #5. 아래집에 마녀가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