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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May 13. 2024

#5. 아래집에 마녀가 산다

2022년 7월 21일의 끄적임

1층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윗집 할머니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누가 이사왔나 궁금했는데, 아가가 있었구나, 아니 어쩜 이렇게 조용해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는데, 오랜만에, 이사오기 전 아래집이 생각났다.  

1층으로 이사온 원인 중 하나가, "우리집이 시끄럽다는 아래집" 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집은 1층이므로 윗집이 느끼는 소음과, 이사오기전 아래집이 느끼는 소음과는 차이가 있겠지만은, 

우리집의 생활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텐데, 아기가 커서 더 시끄럽다면 시끄러울텐데, 조용하다는 평가와 시끄럽다는 평가가 너무 상반되지 않은가! 


이사오기전 겪었던 일이다. 

어느날부터 집에서 "쿵쿵쿵" 하는 규칙적인 소리, 그냥 느끼기에는 안마의자나, 미싱박는 소리가 저녁시간때쯤마다 나기시작했다. 남편이나 나나 전혀 예민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지내긴 했지만, 이제 막 기는 시늉을 하는 돌도 안된 아기의 낮잠시간이나, 새벽시간에도 계속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니 우리도 마음이 초조해졌다. 

어느집이나, 어느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아파트의 시설노후 등으로 인한 기계소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관리사무소에서도 가가호호 방문하시면서 최선의 노력을 하셨으나 명확한 답변을 우리에게 주시기 힘들었다. 옆집, 윗집에서 우리집에 방문해 같이 소음을 들어보기도 하였으나, 영 모르겠다고 하실 뿐이었다. 


스트레스는 점차 올라가고, 이 소음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한창이던때에, 

아파트 전세 계약시 얼핏들었던 우리집 이전세입자와 아래집과의 층간소음 문제가 생각났다. 

아래집을 의심한다는 것이 그렇게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남편과 나는 아래집에 작은 선물과 쪽지를 보내기로 하였다.

짦은 인사말, 현재 우리집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혹시 우리집이 시끄럽다고 생각되시면 언제든 연락주시면, 최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말도 남겼다. 


하지만 이게 왠걸! 다음날 그 선물과 쪽지는 우리집앞에 그대로 놓여져있었고, 소음의 소리는 핸드폰 진동소리, 여자 웃음소리 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찾았다. 아래집에 마녀가 사는구나!" 


뉴스에서, 아래집에서 윗집 소음에 대한 보복성으로 우퍼스피커를 달기도 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그 기사의 주인공이 우리집이 될줄이야! 

윗집으로서 우리집이 정말 시끄럽지 않았다!라는 자신은 있지만, 소음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므로, 우리집이 시끄럽다고 느낀 그녀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했지만, 저런 극단적 선택은 아니지 않는가! 


이전 세입자, 현재 집주인, 경비아저씨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래집과 겪었던 갈등의 에피소드들이 모이고 모이니, 소음의 원인이 아래집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확신이 더해가면서, 우리집은 온갖 층간매트소음이 깔려진 누더기 집이 되었다. 


어느날 쿵쿵 소리를 들으면서 자는 아기가 너무 가여워서, 남편과 나는 경찰을 불렀다(살면서 경찰을 부를일이 얼마나 되겠나). 

3분의 경찰이 우리집에 와서 소음을 듣고, 바닥에 귀를 대본 후, "아래집이 맞는거 같네요, 이 소리를 들은지 한달이나 되셨다구요? 어떻게 살아요?"라는 말과 함께 아래집에 내려갔다. 정확하게 경찰이 내려가자마자 쿵쿵 소리가 사라졌다. 경찰이 가고는 분했는지 천장을 긴 막대기로 치는듯한 소리가 났다. 


소위 미친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피하는 수밖에

정신승리일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사는 좋았다, 남편과 나의 직장이 가까워졌고, 아기를 봐주시는 친정엄마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으며, 아기도 단지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닐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당시, 아래집 마녀때문에 흘렸던 눈물, 고민의 시간, 억울한 마음 등 여러 감정들이 떠오르면서, 문득, 마녀와 새로 이사온 사람들은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또 하나, 마녀는 살면서, 자신이 마녀란 사실을 단 한번이라도 인식할 수 있을까?

아직도 "그 집이 너무 시끄러웠어"라고 굳게 믿고 있을 마녀를 생각하니, 아랫배가 알싸하게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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