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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May 27. 2024

#8. 알듯 모를듯한 너란 존재

2022년 8월 3일의 끄적임

남편과 나는 1년 반 정도의 연애를 마치고, 2019년 8월 31일자 결혼했다.

연애 기간 및 결혼 기간을 합치면 약 5년이 다돼가는데, 아직도 난 그가 알쏭달쏭하다.  

어떨 때는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떨 때는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생경하게 느껴진다.  


연애할 때는 그와 나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고, 어떤 선택과 결정의 가치 판단이 그와 내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었는데, 가끔 그 생각이 틀렸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연애시절, 주말 오전에 출근해야 하는 나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겠다며 그가 우리 집 앞으로 온 적이 있다.

예상시간보다 너무 빨리 온 그에게 "왜 이렇게 빨리 왔어?"라고 물으니, "일 하러 가는데 늦으면 화나잖아, 데려다준다고 하고 폐 끼치면 안 되니깐 미리 와서 기다렸지" 란다. 

후후후, 이런 배려있는 분이 있나!


한편,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날이면 그와 종종 다툼을 하기도 하는데, 싸움의 골자는 [나는 아이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반면(먹는 거, 이동거리, 이동시간 등), 남편은 본인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항상 비슷하다. 


예를 들어, 나는 아이가 졸린 시간이 오기 전에 후딱 외출 준비를 하고 차를 태우려고 종종거리고 있는데, 남편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거나, 나는 아기와 함께 먹기 좋거나, 아이의 식사시간을 고려한 메뉴를 선택하는 반면, 남편의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만을 선택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 


연애시절, "오늘 별일 없었어?"라는 그의 질문에 나는 미주알고주알 회사일을 이야기하며 "오빠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나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일인 양 함께 고민해주었다.


한편, 첫아이 출산 시, 제왕절개 날짜가 잡혔을 때,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육아휴직을 얼마나 쓸 것인지, 육아휴직 후 아이 양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낼 것인지, 가시적인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을 때, 남편은, 마치 자기 일이 아니라는 냥,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가서 고민하자"라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연애시절의 "그"와 현재의 "남편"은 같은 사람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남편도 나에 대해 이렇게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 한 사람에 대해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내가 펭순이(저의 애칭입니다. 엣헴) 아침으로 먹으라고 샌드위치 사 왔지"라고 해맑게 웃으며 들어오는 너란 존재, 

아이 옆에 누워있다가 "좀 일어나!"라는 나의 말에 슬며시 일어나면 "분위기가 안 좋군"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너란 존재,  

오늘은 고기가 떙기지 안냐며 어제 먹은 고기는 그새 잊어버린 너란 존재,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다가 괜스레 손을 잡는 너란 존재를 보고 있자면, 

연애시절의 "그"가 단순히 "남편"으로 바뀌었다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퇴근후 소파에 망부석처럼 앉아 말을 시키면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휴대폰만 열심히 쑤시고 있는 너란 존재, 

왜 나만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고 물으면, 본인도 스트레스받는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입이 대빨나와 퉁퉁거리는 너란 존재, 

어떤 집안의 문제에 대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무책임하게 대답하는 너를 보고 있자면, 

연애 시절의 "그"를 내가 오해했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조금 더 살아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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