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읽는 법을 알아봅시다!
여려지는 소리부터요!

영어의 발음법, 권9

by CCCV 츠스쿠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는 영국식 발음 (잉글랜드 남부 발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유는 권1의 2부 2악장을 참고해 주세요.

※ 창언창안의 영어 발음 단막극에서 사용하는 발음 표기법은 권5의 간주곡을 참고해 주세요.

간주곡

저번 장까지는 두 장에 걸쳐 영어의 모음을 탐구해 봤습니다. 그러니 이번 장부터는 영어의 자음 규칙을 알아봅시다!


일단은 영어의 자음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복습해봐야겠죠. 각 자음은 11장에서 자세히 다뤘답니다!

비음 [m] ≈ ㅁ, [n] ≈ ㄴ, [ŋ] ≈ ㅇ

접근음 [l] ≈ ㄹ [j], [w], [r]

마찰음 [s] ≈ ㅅ, [h] ≈ ㅎ [f], [v], [θ], [ð], [z], [ʃ], [ʒ]

파열음/파찰음 [p] ≈ ㅍ/ㅃ, [b] ≈ ㅂ, [t] ≈ ㅌ/ㄸ, [d] ≈ ㄷ, [t͡ʃ] ≈ ㅊ, [d͡ʒ] ≈ ㅈ, [k] ≈ ㅋ/ㄲ, [g] ≈ ㄱ

이번 장에서는 hard/soft c/g라고 부르는 영어의 센/여린 c/g에 대해 알아봅시다!


10부: 여림과 셈

1악장 ― 셋 셋 둘 둘

옛날 옛적, 지중해의 상인 페니키아인은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유래한 자신들의 문자를 가지고 지중해를 누볐습니다. 페니키아인의 거래 대상 중에는 그리스인도 있었는데요, 당시 문자를 잃어버린 그리스인은 페니키아 문자를 받아들여 그리스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지점은 다음의 3글자입니다.

� → Γ
� → Κ
� → Ϙ

첫 번째 글자의 이름은 기멜, [g]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였습니다. 두 번째 글자의 이름은 카프, [k]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였습니다. 마지막 글자의 이름은 코프, [q]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였습니다. 각각 한국어의 [ㄱ], [ㅋ], [ㄲ] 소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다행히도, 그리스어에도 이와 비슷한 세 개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리스어에는 [g], [k], [kʰ] 소리가 있었죠. 각각 한국어의 [ㄱ], [ㄲ], [ㅋ]와 비슷했답니다. 그러면 있는 글자를 잘 사용하면 됐었을 텐데, 그리스인이 듣기에 [q] 소리가 별로 [kʰ] 같지 않았는지, 아예 Ϙ "코파"라는 글자를 버리고 Χ "키"라는 글자를 만들었죠.


그럼 코파는 어디에 사용했냐고요? 일단은 [q] 소리가 [k] 소리보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는 소리다 보니, 비슷하게 혀가 뒤로 쏠리는 모음인 후설 모음 Ο/o/, Υ/u/, Ω/ɔː/과 함께 사용했답니다. 이 세 모음 앞에 오는 [k]을 코파로 적은 것이죠. 물론, 이런 쓰임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었고, 코파는 금세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파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에트루리아인들이 그리스 문자를 배워갔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에트루리아어에는 [g]가 없었다는 거죠. 즉, 에트루리아인 입장에서는 [k] 소리를 내는 글자가 3개나 있던 상황이었답니다.

� → Γ → � -> C
� → Κ → � -> K
� → Ϙ → � -> Q
페 -> 그 -> 에 -> 로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로마인들이 에트루리아 문자를 배워가며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답니다. 라틴어에는 [g]가 있었던 것이죠. 로마인들은 그리스인이 아닌 에트루리아인들에게 문자를 배웠기 때문에, �가 원래는 [g]이었다는 것을 몰랐답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다음의 결론을 내렸답니다. 라틴어에는 aeiou, 다섯 종류의 모음이 있습니다. 장단음은 일단 무시합시다.


Q는 후설 모음과 관련이 있으니, 후설 모음 O [o], V [u] 앞에서는 Q를 씁시다. 옛날에는 U가 V처럼 생겼답니다. �에서 유래 했으니까요. 전설 모음 E [e], I [i] 앞에서는 C를 씁시다. A [a] 앞에서는, K를 씁시다. 이유는 에트루리아인들이 이런 규칙으로 C, K, Q를 썼기 때문이죠.


그리고 [k]과 [g]을 C, K, Q로 다 적읍시다. 즉, 소리에 따라 C, K, Q를 나눈 것이 아닌,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나눕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K는 C에 대체되었답니다. 또, Q도 [kʷ]을 표기하기 위해 QV를 통째로 쓰는 경우를 빼면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혼란이 서서히 가라앉자, 새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약간 긴 이야기지만, 꽤 재밌는 이야기니 한번 들어봐 주세요. 기원전 3세기 초, 로마에서 가장 긴 도로인 아피아 가도와 로마 최초의 수도교인 아쿠아 아피아의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끈 감찰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APPIVS CLAVDIVS CAECVS는 라틴어에서 쓰이지 않았던 Z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Z는 유성 치경 마찰음 [z]을 나타내던 페니키아 문자 �에서 유래한 그리스 문자 Ζ [d͡z]에서 유래한 에트루리아 문자 � [t͡s]에서 유래한 글자랍니다. 라틴어에는 해당 소리가 없었기 때문에 이 글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페니키아 문자 시절부터 내려져 온 알파벳의 순서에 따르면 Z는 일곱 번째 순서로, 매우 앞에 있었죠.


아피우스의 말로는 "비웃는 해골이나 낼 법한 소리가 난다"라나요, 어쨌든 맘에 안 들었다고 합니다. 아피우스는 워낙 유명한 인사였고, 뛰어난 작가였기 때문에, 그의 저서들도 큰 영향력이 있었답니다. 그 덕분에 아피우스가 뜻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었죠.


그런데, 아피우스의 주장에 의해 Z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자, 알파벳에는 빈 자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알파벳을 순서를 바탕으로 배웠답니다. 현대에 알파벳 송으로 알파벳을 배우는 것과 똑같죠. 거기다가, 상업 강국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문자의 순서를 바탕으로 각 문자를 숫자로도 썼기 때문에 알파벳의 빈 자리는 꽤나 큰 문제였답니다.


노예 출신 교사이자 로마 최초의 사립학교를 세운 스푸리우스 카루일리우스 루가SPVRIVS CARVILIUS RŪCA는 기원전 230년 경 [g]를 별도의 문자로 표기하면서 알파벳의 빈 자리를 채울 기가 막힌 묘책을 떠올렸답니다. 바로 C에 선을 더해 G라는 글자를 만들고, 이 글자를 기존의 Z 자리에 넣어 새 일곱 번째 글자로 삼는 것이었죠.


사립학교 교사였던 루가의 영향력 덕분이었는지, G는 성공적으로 로마자에 편입되고, 루가는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읽는 법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다닐 필요 없이 RŪGA라고 적어주기만 하면 됐죠.


2악장 — 물러짐의 역사

시간을 빨리 감아 중세 프랑스로 갑시다. 로마 제국이 망한 지 이미 몇백 년이 지난 때에도 라틴어는 사람들의 입말로 남아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프랑스어 등의 언어로 갈라졌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프랑스어를 비롯한 많은 라틴어의 후예 언어들이 겪은 현상이 있으니, 바로 구개음화였답니다.


여기서 구개음화란 전설 모음 [e], [i] 앞에서 [k]이 [s]이 된 것이죠. 그래서 〈ce〉와 〈ci〉는 [se], [si]으로 읽으면서 〈ca〉, 〈co〉, 〈cu〉는 여전히 [ka], [ko], [ku]으로 읽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문물을 받아들인 영어에서도 이 철자법을 이어 받아 〈ce〉와 〈ci〉는 [se], [si]으로 읽었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영어에서는 프랑스어의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영어에는 여전히 [ke], [ki] 같은 소리가 남아있었답니다.


K가 아닌 C를 주로 사용했던 켈트어의 영향이 강했던 고대 영어 시절에는 K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중세 영어 시절부터는 프랑스어나 라틴어에서 유래하지 않은 단어에서 [ke], [ki] 소리를 적기 위해 k를 널리 사용했답니다.


이는 독일어나 덴마크어, 스웨덴어 등 다른 게르만어족과는 크게 다른 점이랍니다. 독일어를 예를 들면, 독일어는 라틴어에서 구개음화가 되지 않은 C의 소리에는 K를, 구개음화가 된 소리에는 Z를 사용하죠.


영어는 게르만어족에 속하면서도 네덜란드어와 마찬가지로 특이하게 C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 라틴어의 후예 로망스어족의 특징인 C의 두 발음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한답니다.


그런데, 구개음화는 C [k]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랍니다. G [g]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죠. 구개음화의 결과는 로망스어족의 언어마다 달랐지만, 영어에 큰 영향을 준 프랑스어에서는 [d͡ʒ]을 거쳐 [ʒ]이 되었고, 영어에서는 두 소리 모두를 구개음화 된 G의 소리로 사용한답니다([d͡ʒ]이 더 흔하답니다).


그러나 영어에서 프랑스어나 라틴어에서 유래하지 않은 단어의 [ge], [gi]를 적기 위해 C의 사례처럼 다른 글자를 가져오려 해도, 역사적 이유로 비슷한 소리의 다른 글자가 많았던 C와는 달리 G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답니다.


물론, J가 [d͡ʒ]이나 [ʒ]을 나타내지만, 이 글자는 생긴 대로 I에서 유래했으며, 그 기원도 라틴어에서 [i]이 일부 상황에서 [j] 소리가 나던 것이, 프랑스어에 접어들며 [j] 소리가 [ʒ] 소리가 되자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은 영어에서 J로 [d͡ʒ] 소리를 나타내는 데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여기에 적용할 생각을 못했죠.


덕분에 get이나 give처럼, 프랑스어나 라틴어에서 유래하지 않은,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단어의 [ge], [gi]도 그대로 〈ge〉, 〈gi〉로 적게 되어 C처럼 K를 사용해서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3악장 — 연경 법칙

현대 영어에서는 구개음화를 겪은 c, g의 소리를 soft c/g {부드러운 c/g}, 구개음화를 겪지 않은 c, g의 소리를 hard c/g {단단한 c/g}라고 부른답니다. 구개음화를 겪지 않은 소리는 파열음이고, 구개음화를 겪은 소리는 마찰음이나 파찰음이라서 붙은 이름이죠.


영어 철자법이 늘 그렇듯, 수많은 예외로 점철되어 있지만 부드러운 c/g와 단단한 c/g를 구분해 내는 것은 그나마 일관적인 규칙이 있답니다. 한 번 알아볼까요?


주제선율 「여린 도」

일반적으로, 〈e〉 〈i〉 〈y〉 앞에 오는 〈c〉는 [s]으로 소리 나고, 아닌 경우에는 [k]으로 소리난답니다. 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 예외는 찾으려면 나오긴 하지만, 많이 희귀하답니다. 물론, indict [인다이트]처럼 아예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예외도 나오지만요.


또한, 모음을 다룰 때 만난 조용한 e가 단어 끝에 붙었을 때도 앞에 오는 〈c〉를 여리게 해준답니다. 예로는 race [rㅔjㅅ] [rɛjs]가 있죠. 반대로, 라틴어계가 아닌 영어 단어의 경우, 단어 끝에 [k] 소리가 올 경우 〈c〉로만 끝내지 않고 〈ck〉이나 〈k〉로 적는답니다. 예로는 kick [ㅋㅣㅋ] [kɪk]이 있죠.


접미사가 왔을 때에는 접미사의 모음에 맞춰 〈c〉의 발음도 바뀐답니다. 정확히는, 발음의 변화를 피하기 위해 traffic-trafficking [ㅌrㅏfㅣㅋ]-[ㅌrㅏfㅣㅋㅣㅇ]처럼 <k>를 더하죠. 반대로 race-racing [rㅔjㅅ]-[rㅔjㅅㅣㅇ]처럼 원래 [s] 소리였다면, 접미사가 와도 원래 소리가 나니 아무것도 안 한답니다.


뒤에 오는 모음의 소리가 아니라 글자를 봐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셔야 한답니다. 저저번 장에서 다룬 것처럼, 긴 [i]가 [ɑj]가 된 것같이 영어는 이상한 변화를 겪었거든요. 즉, citation [ㅅㅏjㅌㅔjʃㅓㄴ]에서 〈c〉 뒤에 [ㅏ] 소리가 온다고 [ㅅ] 소리가 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옛날 발음을 따라가는 거죠.


주제선율 「여린 솔」

앞서 말씀드렸듯, 남는 글자가 없어 〈g〉는 〈c〉보다 불규칙한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물론, 각 단어가 유래한 언어를 알면 조금 더 규칙적이게 되긴 하지만, 모든 단어의 유래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당장 부드러운 g의 발음부터가 여러 개인 것부터가 문제죠. 부드러운 g의 발음으로는 영어식 발음인 /d͡ʒ/과 프랑스식 발음인 /ʒ/, 두 방법 모두 쓰인답니다.


일반적으로, 〈c〉와 동일하게, 〈e〉 〈i〉 〈y〉 앞에 오는 〈g〉는 [d͡ʒ]으로 소리 나고, 아닌 경우에는 [g]으로 소리 난답니다.


일부 프랑스어 유래 단어에서는 [d͡ʒ] 소리 대신 [ʒ] 소리가 나지만, 사실 두 소리의 차이는 많이 작기 때문에 당장 신경쓸 부분은 아닙니다. 대신, gaol(jail의 옛 표기) [ㅈㅔjㄹ] [d͡ʒɛjl]이나 margarine [ㅁㅏːㅈㅓrㅣjㄴ] [mɑːd͡ʒərɪjn]처럼 단단해야 할 상황에서 부드럽거나, gift [ㄱㅣfㄸ] [gɪfd]처럼 부드러워야 할 상황에서 단단한 경우도 있죠.


또한, 모음을 다룰 때 만난 조용한 e가 단어 끝에 붙었을 때도 앞에 오는 〈g〉를 여리게 해준답니다. 예로는 rage [rㅔjㅈ] [rɛjd͡ʒ]가 있죠. 추가로, 〈dge〉도 통째로 [d͡ʒ] 소리를 낸답니다. 예로는 judge [ㅈㅓㅈ] [d͡ʒəd͡ʒ], hedge [ㅎㅔㅈ] [hɛd͡ʒ]가 있습니다.


접미사가 왔을 때에는 접미사의 모음에 맞춰 〈g〉의 발음도 바뀐답니다. 정확히는, 발음의 변화를 피하기 위해 tug-tugging [ㅌㅓㄱ]-[ㅌㅓㄱㅣㅇ]처럼 <g>를 하나 더 더하죠. 물론, rage-raging [rㅔjㅈ]-[rㅔjㅈㅣㅇ]처럼 원래 [d͡ʒ] 소리였다면, 접미사가 와도 원래 소리가 나니 아무것도 안 한답니다.


후주곡

이번 장에서는 여리고 센 c와 g를 만나보고, 그 역사도 알아봤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자음의 여림과 셈을 다뤘으니, 다음 장에서는 자음의 '있음과 없음'을 다뤄봅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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