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안했다, 아기.
커서는 막연히 커리어우먼이 될거라고,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막연히. 나도 시골에서 만 34살에 진로도 미정인 채로 부엌에서 밥하고 치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몰랐다. 갈팡질팡하던 나의 청춘을 생각하면, 커리어가 있을거라고 생각한것이 귀엽고, 한심하다.
나름 손님맞이 중이라, 혼자 아기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 며칠이다. 혼자 있으면 여러 쓸데없는 생각들이 나게되다보니, 기분도 다운 되었다. 거기다 허리까지 아프니, 아기와 좋은 상호작용을 많이 못해줬다. 내가 엄마로서 제일 싫어하는 모습인, 군것질 하면서 유튜브 보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고 말았다. 나중에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일때 잔소리할 수 있으려면, 나부터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컨디션 안좋을 땐 때로 참기가 어렵다. 시시껄렁한 유투브 보면서, 짠거나 단 거를 먹지 않으면 절대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을거 같은 그런 마음. 1분이 1시간 같이 느껴지는 그때. 폭식이든 유튜브로만 그 1분을 보낼 수 있을거 같은 때. 혼자 넘기기는 너무 어렵다. 도파민/폭식/영상 중독인가보다.
이런 습관이 아기에게 미칠 영향이 두렵다. 나의 재미난 표정, 포옹, 박수에 쉽게 온 얼굴로 웃어주는 나의 아기. 웃으며 바라보기만해도 아까운 내 첫 아기. 귀중한 나의 아기에게 무표정한 얼굴과 한숨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다. 마음 조절,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