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9 청소기 소리에 여전히 잠이 든다

아직 아기인 나의 아기와, 아직 낭인인 나

by 다시

아기가 예전에는 주로 배고프면 울었던 거 같은데, 인간이 되어가며 짜증이 다양해져 간다. 오늘은 기저귀를 가는데, 누운 방향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울었고, 노는데 자세가 마음에 안 들어서 울었고, 자기 전에는 자기 싫다고 울었다. 자고 싶지 않은데 크립에 눕히려고 하면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운다. 그래도 청소기를 돌리니, 와이트 노이즈가 되었는지 아기가 바로 잠들었다. 아직 아기인 나의 아기. 나의 아기가 아직 아기라는 데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딸이 얼른 컸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도 많지만.


청소는 남편의 몫인데, 오늘은 내가 청소기를 들었다. 점점 집안을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아기를 보니 청소기를 안 들 수가 없었다. 사실 여러 가지가 남편의 몫이다. 우리 집에 필요한 대부분의 노동은 남편이 하고 있다. 미국의 오래된 시골집에 살면서 집 고치는 일은 남편의 몫. 내가 바쁜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집안일은 남편의 몫. 나는 주로 남편이 없는 시간에 아이를 보는 일, 이유식 만드는 일, 아침 점심 설거지, 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지난주 남편은 감사절 연휴를 맞은 휴가에 아이를 많이 보았고, 나는 덕분에 좋은 시험 성적을 냈다. 그러나 남편은 지난주의 여파인지 몸살이 나서 이번주 초에 힘들었다. 오늘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으며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지금 우리 관계는 매우 불균형하다. 결혼 후 일본에 살며 둘 다 외국인이었을 땐 나았다. 그때는 나도 알바지만 일했고. 미국 와서 내가 분야를 바꾸고 또 직업을 틀면서, 재정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남편에게 훨씬 부담이 늘었다. 마지막 기말이 있는 이번 주, 그리고 대망의 의대 인터뷰가 있는 다음 주만 지나면, 나는 학교 입학 전까지 첫째 육아와 가사에 집중하는 전업 주부로서의 삶에 집중할 예정이다.


밤만 되면 속이 좀 이상해지는 아주 경미한 임신 초기 증상이 있다. 둘째는 연년생이라 그런 건지 조금 더 심하다. 레몬 사탕을 먹고 좀 가라앉혔다. 지금 배고픈데 뭘 먹어도 속이 안 좋을 거 같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니 힘들지만, 다 내가 하기로 한 일들이다. 많은 것들이 아주 늦어진 가운데, 아이들이 비교적 쉽게 자연 임신이 된 것에 감사하다. 나를 구할 것은 나뿐이다. 힘들지만 다음 주 금까지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하고 싶다. 도전하는 엄마뿐 아니라, 마무리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9개월 첫딸 육아] 서다, 도움을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