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폭발중
나는 아직도 아이를 편안하게 못 안아준다. 첫 아이를 1년간 키우며 엄마가 되는 것에 겨우 적응했는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직은 가족의 도움이 있어 어떻게 버티고 있는데, 가족들이 다 가고 나면 매일 아침이 두려울 것 같다. 지금도 사실 매일 아침이 두렵다. 사실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가 두렵다. 재정적 여건상, 데이케어를 보내지 않고 두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 과연 가능할까. 천근만근 같은 첫째를 안아주고 나면 온몸이 아프다. 그리고 말도 못 하는 어린 첫째는 둘째를 질투한다. 둘째가 분유병을 먹으면 자기도 우유를 먹어야 한다. 가끔 뭔가 북받치는지 뜬금없이 나를 때리기도 한다. 언어가 통일돼있지 않은 육아 환경이라 그런지, 말을 못 해서 아마 더 답답한 게 많은 것 같다. 내 셔츠는 가재수건이 된 지 오래다. 늘 희여 멀건 한 둘째의 토가 묻어있다. 둘째가 얼른 역류를 멈췄으면 좋겠다.
다들 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난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소중하다고 한다. 빠르게 지나는 것도 맞고, 소중한 것도 알겠는데, 나는 너무 힘들다. 아기는 너무 예쁘지만, 육아는 나와 안 맞다. 한편으로, 나에게 뭐는 맞았나. 나는 지난 10년간 정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결혼, 이민, 학생, 알바, 출산과 육아 생활을 거치며 그냥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조직 생활 경험이 없어서, 사람도 적당한 거리 두기 잘 못하고, 나를 잘 주장할 수도 없게 된 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조직 생활을 안 한 걸 수도. 나에게 맞는 건 원래 없었고, 이렇게 어영부영 세월을 보냈으니 더 없을 거 같은 느낌. 아니면 나에게 맞는 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것일지도.
엄마를 하든, 의대를 가든, 무슨 다른 일을 하든 자신 있고 산뜻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는 자신 없고 무기력한 엄마이다. 그냥 시간 보내기에 급급한 엄마. 밥 먹고, 재우고, 씻기기에 급급한 엄마. 물론 지금이 너무 정신없어서 그런 시기이지만, 이 시기가 지난 후에도 뭐가 달라질까 싶다.
부적응.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는 부적응에 적응했다고 자주 말한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애기 때부터 자기 전에 내가 원하는 세상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나지만, 동생과 같이 쓰는 방이 불편했던 것 같기도 하고, 책상이 있는 좁은 방에서 (곧 내 다리가 벽에 닿을 것 같았다) 자는 것도 불편했던 것 같고. 아빠의 육아참여도가 낮은 집에서 연년생이라 뭔가 욕구가 불만이었는지. 여하튼 나는 밤마다 해저 도시, 혹은 공중의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는,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전학 가면서,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을 만나며 그때부터 좀 은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디서든 처음에는 좀 사람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때로는 마지막까지). 무난하니까 어느 그룹에 끼기는 하지만, 늘 나는 좀 열외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신앙 생활 하기가 쉬웠다.
부적응의 최고는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고등학교에는 내가 본 사람들 중 제일 똑똑하고, 제일 야심 있고, 게다가 제일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신앙생활 외에는, 공부도, 교우관계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때 받았던 눈길이나 피드백은 여전히 트라우마다. 어떤 면에서 나는 심리적으로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여전히 졸업하지 못했다. 의대 입시도, 그때의 경험 때문에 했던 거 같다. 뭔가 나를 증명해야 할 거 같은. 열등생이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 하지만 왠지, 그냥 열등한 의대생, 열등한 의사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몰랐던 바는 아니다. 어차피 이방인이면, 공부라도 많이 하고 내 직업이라도 확실히 갖고 싶었다. 어차피 공부할 거,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열등한 엄마까지 될 것 같다. 그냥 열등하게 태어나서, 뭐든지 열등한 퀄리티로 하게 되는 걸까? 이런 나는 그냥 세상에 필요도 없고, 안 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애는 둘씩이나 낳다니... 뭘 해도 못할 것 같으니 아무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다.
호르몬 때문인지, 우울한 나날들이다. 아마 동네 의대에 간발의 차로 떨어지니 더 답답하고 슬프고, 못한 것만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날은 쨍쨍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쨍쨍한데, 내 마음은 잿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