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또 프링글스와 탄산수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이것저것 찾아보지만 생각이 안 난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지만, 왠지 주말에 보고 싶다.
오늘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낮잠을 잤다. 가을이 되었지만 여전히 뜨거운 뙤약볕. 어디론가 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서, 창가 구석에 앉아 있다 오고 싶었다. 여긴 (내 기준) 붐비는 곳이 없다. 그래서 잠으로 도망쳤다. 결과 지금 말똥말똥하다. 하지만 또 잘 수 있을 것이다.
팔은 두 개. 몸뚱이는 하나. 입도 하나. 두 아기 모두에게 동시에 무언가 해줄 수는 없다. 한 명은 방치된다. 불편해하는 둘째를 아기띠에 매고, 첫째를 유모차에 싣고 아침에 공원에 간다. 첫째는 유모차를 밀고 싶어 하다가도, 멈춰서 앉아서 놀고 싶어 하기도 하고, 다양한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유모차에서 내려서 자기 유모차를 나와 밀다가, 혼자 휙 가버린다. 첫째가 유모차 근처에 있어줬으면 하는 나의 마음은 안중에 없다. 첫째를 따라가며, 언제 다시 유모차를 끌고 올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다.
역류쟁이 둘째. 둘째는 배고프거나 외롭거나, 아마도 가스가 차면 운다. 남편과 같이 첫째를 얼른 기저귀 갈아주고, 손톱 깎고 이 닦여서 재워야 되는데, 웬일인지 둘째가 자지러진다. 첫째를 재우는데, 둘째가 남편이 안아줘도 계속 울고 있다. 첫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지만 귀는 둘째에게 향해 있다. 첫째에게 짧게 불러주고 나와 둘째를 안아준다. 트림을 한 둘째는 다시 편해진다.
타인의 사정은 안중에 없는 두 명에게 B급 엄마가 되다 보면, 하루가 순삭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우울하다. 일하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자니, 회사생활에 치인 이들에게 내 아기를 내가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말해봤자 와닿을까 싶다. 같이 육아하는 엄마들을 집에 초대하면 더 나을까 싶다가도, 왠지 겉도는 이야기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여지없이 탄산수와 프링글스를 먹으며 마무리한다. 오늘은 뭔가 출구가 안 보이는 것 같은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