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운동을 해야 함
역시 기승전 운동인가. 오늘은 운동을 해서 그런지 훨씬 편한 하루였다. 지난주는 운동을 잘 안 가서 루틴이 무너졌었다. 원래 그 짐에 엄마가 운동할 때 아이 봐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낮에 아이들 맡겨놓고 잠깐 러닝 하려고 짐에 등록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첫날은 괜찮더니 그 이후로는 놀이방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거다. 일단 큰 아이들도 너무 많고 좀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었나 보다. 낮에는 아이들 보느라 운동을 못하니 밤에 운동을 해야 되는데 밤엔 너무 피곤하고, 다녀와서 샤워하고 하면 소리가 나니 남편이 깨서 밤에 나가서 운동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공원에서 뛰곤 했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짐에서 운동할 때의 자유로움, 그리고 기구로 운동하는 맛을 알아버리고 나니 짐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아져 버려서 회원권을 취소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난주엔 여차저차 운동을 많이 못했고, 그게 월요일의 기분저하로 이어졌던 것 같다.
오늘은 그래서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4시-6시 사이에 나가서 맥도널드에서 커피도 마시고, 운동도 했다. 그러고 집에 오니 여전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돌보는데 좀 더 활기가 돌았고, 덜 짜증 내게 되었다. 다만 샤워하고 씻기고 하는 일정이 좀 밀려서 첫째랑 놀아주는 시간에 충분히 놀아주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첫째가 자기 전에 짜증을 많이 냈다. 오랜만에 첫째의 요청으로 안아서 재워줬는데, 많이 컸다 하더라도 여전히 내 품 안에 안길 수 있는 첫째가 너무 귀여웠다. 이런 시간을 평생 그리워하면서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나의 아이랑 사이가 소원해진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늘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간 날 때 와서 운동하고,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을 돌보며 사는 삶.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삶.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누리며 사는 삶. 의대 생각만 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장학금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 이렇게 공부 안 하고 육아만 하다가 과연 내년 7월부터 계속계속 공부해야 하는 삶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아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아주 걱정스럽다. 한편으론 나보다 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복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직장은 보통 집에 오면 일이 끝이지만 학생은 풀타임으로 매여있는 삶이나 다름없으니 직장인과는 다르다. 나는 가족의 도움도 없고.
이래저래 벌써 10월 중순. 2025년도 마무리가 되어간다. 벌써 둘째가 나온 지도 곧 5개월. 둘째까지 태어나고 나니, 정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안주한다는 말에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방금 찾아보니 안주는 한자로 安住(편안할 안, 살 주)라고 쓴다. 편안하게 사는 것.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뭘 하든 목표는 안주하는 것 아닐까. 모든 노력은 결국 편하자고 하는 것일 텐데.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청춘이 끝났나 보다. 아니, 청춘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