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오늘 오랜만에 공원에서 뛰고 집에 돌아가는데 이웃 캐롤라인을 만났다. 90대의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멋진 캐롤라인. 신앙심도 좋으시고 편견도 없으시고, 유럽에서 선교사를 했던 역사가 있어서 인지 배울 점이 많다. 오늘 집에 돌아가다가 약간 야윈 캐롤라인이 집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다. 요즘 우리 집의 화제인 정부 셧다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캐롤라인의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가 노환으로 호스피스 케어를 받기 시작했단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입맛이 없다는 그에게 집 만두를 가져다주었다.
캐롤라인은 나의 진로 고민을 잘 알고 있고, 가정 배경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캐롤라인은 꼭 의사 아니더라도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었다. 지금이라도 가족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의사는 너무 공부가 길다. 성경에도 부모를 공경하라고 나와 있다. 캐롤라인은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서포트가 필요했을 때 그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결과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이 있다. 그래서 그냥 나의 꿈/진로/미래에만 관심했었다, 나의 아이들을 낳기 전까지는. 이젠 좀 다르다.
나도 부모가 되고,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지가 필요했던 때에 지지를 받지 못했고, 난 잘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늘 나를 비난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가 잘못했다기 보단 부족했던 것이었다. 이젠 나의 부족함이 잘못이 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모가 되어야 할 때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이제부터는 그냥 나를 받아들이고 나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의 어떠한 부분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처음으로 어떤 선택에 있어 현실성을 고려하는 요즘이다. 전전두엽이 드디어 다 발달한 것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의대를 포기하고 간호도 포기하고 피에이를 다시 시도하는 것, 이것은 성장일까, 퇴행일까. 어차피 내년 보훈병원 장학금은 지원하고 아마 그 결과가 많은 부분을 정해줄 것이다. 인생의 끝은 분명히 나고, 그때 내 집에 있으려면, 그리고 자녀들의 얼굴을 좀 더 떳떳하게 보려면 어떤 선택이 더 좋을까. 내 집에서 생을 마무리할 만큼 돈이 있고 또 아이들이 나를 몇 번이라도 들여다 볼만큼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떤 선택이 과연 좋을지. 내가 꼭 그 어떤 선택을 잘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