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방금 라면 1/2를 먹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새 맥주캔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새고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했다. 아마 첫째가한 짓인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맥주를 마시게 되었고, 라면도 끓여서 반씩 안주로 먹었다. 꿀맛이었다.
오늘은 첫째의 음악 치료사가 와서 같이 수업하고, 그다음 내가 가는 피트니스 센터 키즈클럽 (운동하는 동안 아이 봐주는 서비스)에 아이들 맡기고, 곧 여행 가는 지인이 잠시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못 준 선물도 주고 공원도 갔다. 그러고 나서는 언어치료사가 와서 수업했다. 최대한 조금씩 주면서 "더"를 이야기하게 하고, 그냥 해주기보다 언어 반응을 유도하는 것, 그리고 무슨 소리든 최대한 많이 내는 것이 나의 미션인데 요즘 컨디션 별로인 나에게는 참 버겁다. 그래도 보통 나와 아이들 둘만 대낮에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오랜만에 여러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이었다.
카렌 암스트롱이라는 종교 저술가의 나선형 계단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갑자기 페북 알고리즘에 이 책 관련 서평 기사가 떴는데, 전직 수녀의 인생 실패담과 교훈에 관한 책인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입회했던 수녀회를 나와 학자, 교사, 등을 시도하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실패했지만 나름의 진보를 이뤘다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자서전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아직 1/5 정도밖에 안 읽어서 잘 모르지만, 주로 수녀회의 엄격한 규율이나 반지성적 분위기, 차가운 관계 등 때문에 저자가 어린 나이에 큰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얻었던 것은 보았다. 자유롭고 진보적이던 60년대? 70년대였다고 하더라도 수녀회에서 나온 후의 트라우마를 상담하고 회복시킬만한 치료나 서비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기한 것은 저자가 수녀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계속 종교인 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글 쓰고, 생각하고, 결혼하지 않고, 공감과 연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삶. 나는 대학 졸업 후 비영리단체도, 성직자도, 의사도 꿈꾸었었지만 지금 현재로선 다 실패하고 타협점을 찾아간다. 타협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특히 이 나이에. 할 거면 벌써 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현실을 받아들이자니 너무 뼈아프다. 왠지 나와 비슷한 궤적을 산 사람인 것 같아 자서전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 분에게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를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기회였던 거 같다.
쓸데없이 원서 더 쓰고 하기 전에 나도 입학 전에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