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드디어 웹사이트에서 본 실물을 만났다. 허위매물은 아닌 것 같다. 안도했다. 옆자리에서 대성통곡한 부부에게는 미안하지만 똑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나처럼 가성비 높은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누구도 날 속이기는 어렵다. 웹사이트에서 제시한 가격이 맞는지 다시 한번 딜러에게 확인했다. 이처럼 좋은 차량을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난 운이 좋다. 정말로. 아니다, 난 정말 똑똑하다.
행동주의 심리학 학설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일정한 자극을 가하면 자극은 습관적으로 굳어진다. 다시 말하면, 특정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다 보면 확신으로 자리 잡힌다.[2]
서류 절차를 위해 계약서 30만 원을 요구한다. 허위매물의 수법 중 하나가 계약금을 요구하는 거다. 인터넷에서 눈이 아프도록 읽고 또 읽은 그 흔한 수법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에라도 저 멋진 차를 끌고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런 의심 없이 계약금을 입금했다. 나머지 금액은 차량을 받은 후 입금하면 된다고 한다. 계약금을 입금 후 서류를 작성 중이다. 도장을 찍었다. 모든 서류 작업은 끝났다. 이제 차만 받으면 된다. 딜러는 차량을 출고하러 가자며 차를 태워 어디론가 데려간다. 차량은 중고차 전시장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이것도 전형적인 허위매물 수법 중 하나다. 하지만 이미 눈이 멀었다. 냉철하게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드디어 내 차가 생기는구나.
딜러가 운전 중, 지상 4,000m 상공에서 거침없이 낙하 후 낙하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느끼는 아찔함과 절망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파괴적인 대사를 내게 던졌다.
“아 차량 받기 전에, 아까 이야기했던 것 다시 한번 말할게요. 이 차는 정부에 압류되어 경매로 넘어온 차량이라 이 차량을 받으려면 밀린 세금을 완납해 압류를 먼저 풀어야 해요.”
아...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아까 무엇을 이야기했단 말인가?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한 것처럼 딜러는 짖어댄다. 이제 알았다. 당한 거다. 이미 뇌는 미용실에서 파마할 때 롯드를 잘못 선택해 컬이 너무 강한 뽀글뽀글한 라면 머리처럼 꼬여있었다. 그래도 냉정한 척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짖어대는 딜러에게 물었다.
“그럼 압류된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밀린 세금은 얼마나 될까요?”
“아, 그게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요,
아마 약 3,000만 원 정도 될 것 같아요”
“뭐라고!!! 당자 차 세워!!!”
이미 이성을 잃었다. 아까 대성통곡한 부부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똑같이 당한 거다. 똑같이. 당장 차를 멈추라고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목소리가 시끄러웠을까? 조금이라도 이들에게 위협이 되었을까? 다행히도 힘차게 도로를 누비던 차는 속도를 늦춘다. 급한 마음에 경찰서로 전화해 중고차 허위매물에 당했다고 신고했다. 곧 경찰이 이곳으로 오겠지. 너희들은 전부 콩밥 신세다. 지금이라도 싹싹 빌면 고소 취하는 고려해 볼 수 있어. 자비로운 사람이니까. 그렇게 잠시 승리에 취해있었다. 승리를 만끽하는 기분도 잠시였다. 무언가 불안해졌다. 이들은 이 상황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뇌의 연산 과정은 이미 뽀글뽀글해졌지만 머리가 그나마 장식품은 아닌 것 같다. 내면은 노크하며 말을 걸었다.
"신분증도 복사해 주소를 이미 아는데 온몸에 문신을 떡칠한 이놈이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께까지 해코지하면 어쩌지? 설사 경찰이 와도, 허위 계약서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미 도장까지 찍었는데… 딜러가 압류한 차량에 대해서 미리 고지했다고 말하면?"
경찰서에 다시 전화해 원만하게 해결하겠다고 고소를 취하했다. 경찰서까지 딜러와 동행해 이들의 행태를 끝까지 단죄하는 것보다 허위 계약서가 무효가 되지 않아서 몇 년을 고생할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싫다. 그렇기에 최선이 아닌 계약서를 파기하고 30만 원을 액땜한 셈 치고 주는 방향인 차악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탐욕의 계약서를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딜러는 전문적으로 30만 원만 편취하는 사기꾼이었던 것 같다. 이들에게 속은 대부분 소비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다. 그렇게 30만 원을 이들에게 속아 뺏긴 후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이끌고 인척 역에서 다시 51개 역을 거쳐서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더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게는 벌어지지 않을, 누군가에게 일어난,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일이 벌어졌기에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너희 바리새인은 지금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희 속인즉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3]
My salvation came from a totally unexpected source, which, at the same time, brought a new element into my life that has affected it to this very day.
나의 구원은 완전하게 예상치 못한 경로로 시작했다. 동시에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요소를 내 삶으로 가져왔다.[4]
to be continued....
[2] 에드워드 버네이스,『프로파간다』, 강미경 옮김, 공존, 2009, p123
[3] 대한성서공회,『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주)한일문화사, 2016, 누가복음 11장 39절
[4] Hesse, H., 1963. Demian. Harper & Row Publishers, Inc.,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