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무적의 목소리다. 전날 저녁에 무슨 일이 있든지 상쾌하고 청명한 아침을 선물해 줄 것 같은 자동차 딜러의 경쾌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나는 그에게 신뢰감을 느꼈다. 하지만 중고차는 워낙 허위매물로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기에 그곳을 가기 전에 충분히 허위매물에 관련한 내용을 숙지했다. 오랜만에 기나긴 지하철 여행이다. 의정부역에서 51개 역을 거쳐서 인천역까지 가야 한다. 소요시간도 약 1시간 55분이다. 일주일을 잠도 안 자고 웹서핑을 통해 찾아낸, 내가 가진 예산으로 엄두도 내기 어려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데 10시간이 걸리든 무슨 상관인가? 7번 국도를 품을 즐거운 내 모습을 상상한다. 에메랄드 자수정을 품은 7번 국도와 함께하는 흥취를 더욱더 진하게 할 음악 리스트까지 이미 갖추었다. 인간의 극한을 경험하게 하는 매서운 칼바람과 더는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행복하구나. 정말로.
“설마 내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난 늘 운이 좋으니까.”
인천역에 도착했다. 상담을 한 사람이 아닌 다른 딜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숙지한 허위매물 수법 과정 중 하나였다. 그때 멈추었다면 좋았을 텐데...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난 7번 국도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내 눈에 박혀 아른거리는 사랑스러운 그 임을 다른 이가 채갈까 봐 너무나 무서웠다. 알 수 없는 형상의 알록달록한 그림을 온몸에 입힌 덩치가 다가온다. 산처럼 거대한 딜러의 차를 타고 어딘지 모를 깊숙한 곳으로 끌려가는 중이다. 그곳이 지옥일 리는 없다. 난 늘 운이 좋았다. 그래도 조금은 무섭다. 아주 조금은….
“잠시만, 이곳에서
대기하세요.”
중고차 전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웅장했다. 이런 곳에서 설마 허위매물이? 그럴 리가 없다. 그래, 그냥 기우였을 뿐이다.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중고차를 보면서 다시 한번 7번 국도에 몸을 실어 칼바람이 아닌 상쾌한 바닷바람과 인사할 나를 상상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찰나에 옆자리에서 한 부부의 다투는 목소리가 대기실에 꽉 찬다.
“도대체, 무슨 차를 구입한 거야?
이런 똥차를 이 가격에 구입하는 사람이
당신 말고 누가 있겠어?
당장 환불받으라고!!”
허위매물에 당한 것 같다. 10만 킬로미터나 주행한 중고차를 거의 새 차 가격에 산 것 같다. 남편은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부인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중고차를 판매한 딜러를 불러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문제는 중고차를 팔았다면 분명히 판매한 딜러가 있었을 텐데 그 딜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느 곳에서 중고차를 구매했는지조차 남편은 알지 못했다. 산 사람이 있는데 판 사람은 없다? 마법 같은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구나. 희한한 세상이다. 절대로 이처럼 당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허위매물 수법을 인터넷에 찾아 숙지했다. 한 30분을 대기실에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 차량 보러 오신 분이
누구죠?”
또 다른 딜러다. 상담하는 사람, 픽업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이 모두 다른가 보다. 바로 옆에서 허위매물의 수법으로 대성통곡하고 있었는데도 그런 일이 내게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마지막 딜러를 따라갔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유발하는 진짜 원인을 알기 어렵다.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는 아마도 자동차의 기술적인 특징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에 원하는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믿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자기기만일 뿐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지인이 그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지인이 그 자동차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거나이다. [1]
to be continued....
[1] 에드워드 버네이스,『프로파간다』, 강미경 옮김, 공존, 2009,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