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한 잔 2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 소주 한 잔

2화




트라시마코스: 다스림 받는 자들에게 올바름은 그들 자신에게 해가 되지만 강자에게 이익이 됩니다... [중략]... 이러한 까닭에 저는 올바름이 강자에게 이익이 되고 올바르지 못함은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7]




5. ‘플라톤의 국가’에 등장한 트라시마코스의 사유[8]는 소크라테스의 논리 정연한 반박으로 부정되었다. 하지만 올바름에 대한 정의를 곱씹게 한 첫 번째 만남이었다. 내게 올바름이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관계다. 주위 사람의 관심에서 밀려나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즉, 남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상당히 어렵다. 너무 착해 보여도 문제다.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게 보여도 문제다. 더군다나 해를 끼치는 행동은 더욱더 안 된다. 그렇기에 준법정신이 투철한 편이다. 이는 공자가 강조하는 중용[9]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수신[10]은 더욱더 아니다. 그래, 준법정신이 투철한 게 아니라 통념[11]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거다. 다수가 좋아하면 적당히 분위기를 맞추어 따라가는 게 올바름이라 배웠다. 통념의 올바름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이 반응한다. 그렇기에 올바름이 강자에게 이익이 되고 올바르지 못함은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그의 의견은 살아온 삶을 반추[12]하게 했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사람은 돈과 명예를 위해 관직을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참된 정치를 실현한다고 확신한다. 올바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을 닮아 지혜롭고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못되고 무지한 사람을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올바른 사람은 행복하고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말한다.[13]




6. 내 깜냥[14]에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감히 도전하지는 않는다. 이는 통념의 올바름이기에 그렇다. 그렇게 살아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수에 묻혀 즐겁지는 않아도 불행하지 않은 삶을 영유[15]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름대로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얻은 지혜다. 못 믿겠다면 스마트폰을 열어 당신이 검색하는 내용을 보라.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원인은 하나다.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

다수에 묻히지 않아서다.





7. 하인리히의 법칙[16]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결국 애초에 어떠한 선택을 했느냐이다. 결과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이라 말하고 싶어도 이조차 우리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은 애초에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굳건하게 믿어서다. 좋은 일도 유지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나쁜 일도 전화위복[17]의 계기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든 부단한 노력은 있어야 한다. 그럼 결국,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그럼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내 삶은 평온해지겠지.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때 트라시마코스는 내게 속삭였다.


'통념의 올바름에 도전해.

소크라테스와 논쟁을 하라고.'





8. 올바름은 강자에게 이익이 되고 올바르지 못함은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트라시마코스의 의견은 올바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의 행동은 올바름에 기인[18]한 결과인가? 올바르지 못한 선택의 저주인가? 소크라테스 말씀처럼 올바르지 못한 나의 선택은 무지로 비롯된 불행의 결과인가? 아니면 올바르게 살아가려 하기에 일면식[19] 없는 강자에게 이익을 주는 저주에 걸린 것인가? 소크라테스 말씀처럼 현대 사회의 위정자[20]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참된 정치를 올바르게 실현하는가? 그동안 통념의 올바름을 따르며 살았기에 나는 모르겠다. 정말로 이제는 모르겠다.



어떤 종류의 행동이든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강압적인 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사안이 심각하다면 반드시 통제를 받아야 한다.[21]



9.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확실한 의문은 생겼다. 통념의 올바름은 결국 나를 위함이 아닌 통제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심했다.



"승기야,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이제는 차갑거나 뜨겁게 행동하고 싶다고."



승기는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말한다.



“됐고, 소주 한잔해.”



to be continued....


[7] 플라톤,『플라톤의 국가』, 최광열 옮김, 아름다운날, 2014, p66

[8] 사유(思惟):개념·구성·판단·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적인 작용. 사고(思考)

[9] 중용(中庸): 어느 쪽으로나 치우침이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10] 수신(修身):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함.

[11] 통념(通念):일반 사회에 널리 통하는 개념.

[12] 반추(反芻):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고 생각함.

[13] 플라톤,『플라톤의 국가』, 최광열 옮김, 아름다운날, 2014

[14] 깜냥: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그런 능력.

[15] 영유(永有):영원히 소유함.

[16]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 또는 1:29:300의 법칙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가벼운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출처:나무위키]

[17] 전화위복(轉禍爲福): 재화(災禍)가 바뀌어 오히려 복(福)이 됨.

[18] 기인(起因):일이 일어나는 원인.

[19] 일면식(一面識): 서로 한 번 만난 일이 있어, 안면이 약간 있는 일.

[20] 위정자(爲政者): 정치를 하는 사람.

[21]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서병훈 옮김, 책세상, 2005,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