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 볼드몰트 6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5:

# 볼드몰트 6화




23. 하나님의 축복을 모든 이가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다. 지금 고개 숙인 우현이를 보라. 운명을 관장[63]하는 행운의 여신 티케가 우현이를 모른척한다. 돌이켜 생각하면,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부정적인 신호가 넘쳐났음에도 미래의 열매를 따기 위한 이대도강[64] 전략이던가? 결국, 하이리스크, 하이리턴[65]의 비참한 결괏값인가? 아니다, 우현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 투자하는 금융 자산이 위험하다는 인지조차 없었다.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승기를 포함한 많은 이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욕심을 질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말이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20대의 순수한 시간을 지나니, 체급이 다른 시간을 만나야 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선택한 길을 통해 결과가 조금씩 보이는 시간, 다시 시작하기에는 열정이 사라지는 시간. 그렇게 용기도 함께 사라져 가는 시간, 그렇다고 누군가를 탓하기에는 부끄러운 시간,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는 너무나 더딘 과정, 땀을 흘려 버는 돈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이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까 간절하게 바라는 시간. 그렇기에 이미 매진인 급행열차에 무임승차한다. 위험을 감수하여 목적지에 빨리 가려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행동을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들의 간절함이 나와 다르지 않아서다.



매진된 급행열차에 무임승차하면

떨어져 죽을 수 있다.


그래도 운이 좋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24. 우현이 경우는 다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급행열차에 탑승한 셈이다. 어찌 이들의 간절함을 욕할 수 있을까? 사기를 당한 이들 중, 도박 중독자나 한탕주의자는 별로 없다. 대부분 우현이처럼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거나 가족 구성원이다. 그래 맞다. 이들이 조금 욕심부렸다. 그래, 조금 나아진 삶을 꿈꾸었다. 그게 그렇게 손가락질받을 일인가? 간절함을 악용한 시스템을 탓하는 이가 점점 사라지는 결자해지[66]의 삭막한 세상,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다. 승기가 지금 우현이에게 딱 그러고 있다. 승기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구나. 그동안 옳은 말만 해 참았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우현이가 남이냐? 네 친구다. 매정한 새끼야. 과장님과 술자리 이후로 승기의 독설을 다르게 보려 노력했다. 마음은 머리보다 열등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머리가 수습한 상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이성적인 머리로서는 감정적인 마음의 더딤이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음이 다가온다. 귓가에 속삭인다. 여전히 두리안 맛을 견뎌내기가 힘들다고.



“승기야, 그만해. 엎질러진 물인데, 우현이를 탓해서 뭐해? 그리고 이게 우현이의 욕심 탓이냐? 넌 친구라는 놈이, 사기를 친 빌어먹을 시정잡배를 욕해야지. 이때다 싶냐? 네 예상대로 돌아가서 기쁘냐? 속이 시원해?”





25. 평소에 두 녀석의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는 쪽이라 이렇게 화를 낸 적은 처음이다. 화를 내니 뭔가 후련하다. 그동안 쌓였던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다. 덕분에, 술 한 잔 안 마신 승기의 얼굴은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승기에게 쌓인 게 있었나? 그건 아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폭발한 분노는 상황을 점점 꼬여 또 다른 고통(수치심, 무력감, 공포심)을 낳는다고,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강연자가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67] 전문가가 한 말이니까 바른 소리겠지. 그리고 많은 이가 화를 다스리라 말한다. 나 또한 화를 다스리는 게 바른 방향이라 믿었다. 승기에게 화를 내기 전까지는. 화를 주위 사람에 뿌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역할은 주로 승기다. 그동안 승기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내심 궁금하기까지 했다. 아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현이에게까지 비판을 방패로 비난의 대포를 쏘아댄다. 지금은 머리도 마음도 승기의 편은 아니다. 지금이 우현이한테 화를 낼 일인가? 화를 낼 일이 아닌데도 그렇게까지 분노할 수 있을까? 가끔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승기가 술 취할 때마다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없다고, 모든 사람이! 예의 없이 내 영역을 함부로 들어온다고. 난 그게 참을 수가 없어! 내가 처음부터 쓴소리 해? 응? 말해봐. 효상아. 아니잖아. 너도 알잖아. 그렇지? 어쭙잖은 지식으로 영역을 침범하니까, 나를 다 아는 척, 실제로는 자기들 똥도 제대로 못 닦으면서! 그러니까 참을 수가 없는 거야. 정말로!”



TO BE CONTIUNED....



[63] 관장(管掌): 일을 맡아서 주관함

[64] 이대도강(李代桃殭):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

[65] High risk, High return(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경제 투자 위험이 높은 금융 자산을 보유하면 시장에서 높은 운용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관계를 이르는 말.

[66] 결자해지(結者解之):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말.

[67] 안광복,『철학자의 설득법』, 어크로스, 2012,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