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볼드몰트 5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5:

# 볼드몰트 5화





18.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우현이가 말이 없다. 궁금하다. 메시지를 보낸다.



“우갈량, 왜 답이 없으신가? 이미 승기와 무엇을 먹을지 끝났네. 언제 날을 잡을 건가? 자네 먹튀 하는가?”



평소 같으면 바로 답했을 우현이가 오늘은 답장이 느리다. 오늘이 다 끝나가는 자정 직전에 단톡방이 시끄럽게 울린다.



“답이 늦었지? 오늘 급한 미팅이 잡혀서. 미안하다. 그나저나 술은 다음에 사야 할 것 같아. 중국인 친구한테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라고 말했는데, 처음에 내가 이해를 잘못했어. 상장할 때까지 투자금을 회수 못 한다고 하더라고. 좀 아쉽지만, 상장하려면 4개월 남았어.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이 정보 진짜니까 너희들도 후회 말고 돈 있으면 투자해. 오늘 하루 다들 수고했네.”



그리고 우리 셋은, 적어도 나와 승기는, 볼드모트 사건을 잊고 4개월을 지냈다. 신용대출을 알아보려고 기웃거리다 포기했다. 막상 받으려니까 금리도 높고, 상장할 때까지 투자금 회수를 못 한다는 조건도 좀 불안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다. 여느 날처럼 화창한 오후이다. 승기의 승전보를 올릴 오늘인가? 단톡방이 울린다.


“애들아, 오늘 오후 8시, 강변역 포장마차 모여라. 할 말 있다.”




19. 우현이가 드디어 계 탄 날인가 보다. 평소에는 먼저 술 먹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톡방에서 크게 활약은 없지만, 술은 항상 승기가 먼저 먹자고 한다. 그나저나, 자식, 좀 좋은 데서 쏘지. 강변역 포장마차라니. 1차는 가볍게 시작하려고 하나?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곳을 가려고 하는 거야? 우현이는 영업직이라 상류층과 어울릴 기회가 많다. 물론, 일의 연장선이라 힘들기는 하지만, 상류층에게 영업한 우현이의 썰은 자극적인 영화를 본 것처럼 날 흥분시켰다. 다 믿을 수는 없는데, 서울 한복판에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싶다. 우현이도 항상 돈만 생기면 좋은 곳에서 술 한잔하자고 노래를 불렀다. 정말 기대된다. 우갈량, 너무 고마워.



“콜! 강변역 포장마차.”


“오케이, 이따 봄세.”




20. 포장마차 천막을 젖혀 안으로 들어갔다. 승기와 우현이가 보인다. 온실가스의 공범인 플라스틱 파란색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빨간색 의자도 그대로다. 승기와 우현이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둘이서 무슨 작당 모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둘의 심각한 표정도 오래간만에 본다. 워낙 사는 방식이 다른 두 녀석이기에 둘의 대화는 깊이 없이 겉도는 경우가 많다. 보통 우현이는 승기의 깊은 대화를 참지 못한다. 우현이는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자는 생각으로, 오늘을 즐기려는 전형적인 욜로족이다. 반면에 승기는 미래의 결과는 오늘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 전형적인 노머니족이다. 욜로족과 노머니족은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다.


당시에, 우현이는 이렇게 말했다.



“효상아, 털어버려. 더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상황을 미리 액땜[59]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로 종일 기분을 망치면 너무 억울하지 않아?”



반면에 승기는 이처럼 말했다.



“효상아, 과거에도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었는데, 기억은 나?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야. 별일 아닌 것처럼 털어낸다고 네 잘못은 덮어지지 않아. 남한테 엄격하고 자기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래.”




21. 승기와 우현이 모두 소주파다. 다만, 소주를 사랑하는 이유가 다르다. 승기는 물리적으로 취하려고 술을 사랑하지만 우현이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예를 들어서, 승기에게 소주는 가성비가 높은 마약이다.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몸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승기에게 소주를 마시는 이유가 사뭇 어색하다. 승기도 사람인가? 이럴 때는 가시 돋은 복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에 우현이는 소주를 먹을 때 풍기는 사람 냄새가 좋다고 한다. 사실, 사람 냄새가 날 리가 없지 않은가? 소주와 뒤섞인 안주 냄새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우현이는 소주의 특별한 능력이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든다고 믿는 것 같다. 소주가 그런 능력이 있었던가? 이렇게나 둘이 다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은 참으로 낯설다.



“뭐지? 낯선 이 광경?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우현이가 쏘는 날이라서? 승기야, 너무 변하면 죽는다. 그래도 오늘은 먹고 죽자고.”




22. 승기도 우현이도 반응이 없다.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다. 보통의 승기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으려 할 텐데, 말이 없다. 자세히 보니까, 승기 자리에 소주잔이 없다. 반면에 우현이는 소주잔이 아닌 물컵으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물컵에 소주를? 폭탄주도 아니고? 우현이가? 물리적으로 취하고 싶은가 보다. 도대체 왜? 오늘은 작은 성취를 축하하러 모인 자리가 아닌가? 너무나 기뻐서인가? 아니다. 무언가 깨졌다. 우리 셋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그 리듬이 깨진 느낌이다.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각자의 역할을 유지해야 각 집단은 안정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준거집단[60]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냉철한 승기와 낙천적[61]인 사고로 삶을 즐기려는 우현이,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준거집단이다. 승기와 우현이의 조언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나를 낙관적[62]인 사람으로 만들어서다. 그런 두 녀석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어색하다. 초조하다. 그리고 불안하다.



“효상아, 나 당했다. 사기당했다고!! 5억 원이 사라졌다. 상장하는 날짜에 회사 홈페이지, 주식 사이트 모두 사라졌다고!! 혹시나 해서, 중국 사이트에서 검색하니까 기사도 있어서 믿고 있었는데, 기사도 사기였다. 모든 게 가짜였다고!! 신용 대출받을 때 이자가 높았는데, 휴…….”



잠깐? 2억 원이 아니라 5억 원이라고? 승기가 내 궁금증을 아는지 답한다.



“우현, 이 어리석은 놈이,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서 아내 몰래 집어넣었더라. 어떻게 이렇게 낙천적으로 살 수가 있을까? 2억 원으로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나 보다. 미리 알았으면 난리를 쳐서라도 말렸을 텐데, 그럴 줄 알고 효상이, 너한테까지 말을 안 한 거야. 이런 부류는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고. 이 한심한 중생을 어쩌나....”


to be contiuned....



[59] 액땜 (厄―):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고난을 미리 겪어 무사히 넘기는 일.

[60]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은 개인이 행동함에 있어 그 행동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집단규범을 갖춘 집단, 즉 개인이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을 경우 참고로 하여 그 판단의 근거로 삼는 가치기준 또는 이데올로기나 행동원리 같은 것을 갖춘 집단이다. (출처: 위키백과)

[61] 낙천적 (樂天的): 세상과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

[62] 낙관적 (樂觀的): 사물의 진전을 밝고 희망적으로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