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는 말아 줘.
“효상아, 승기야, 잘 들어봐. 고객사 중에 아는 부장님 하고 친분이 있는 중국 바이어가 있는데, 예전에 한번 봤어. 우리 회사가 중국에 유통채널 만들려고 하는 계획을 너희들도 잘 알잖아. 그래서 중국어도 공부할 겸 연락하며 지냈어. 그런데, 술자리 파하고 2일 지나서인가? 연락이 왔어. 비상장 회사인데, 올해 말 상장할 계획이래. 투자하면, 따따상은 보장한다고 하더라고.”
14. 우현이의 목소리에 흥분을 녹인 기쁨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정은 모르겠지만, 절망의 울부짖음보다는 듣기 좋다.
“처음에는 믿기가 어려워 망설였어. 이렇게 좋은 고급 정보를 나한테 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망설이니까, 실시간으로 투자한 금액의 수익률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보여주더라고. 너희들도 방금 보낸 주소로 체크해봐.”
우현이가 보내준 사이트를 보니까 전부 중국말이라 뭘 하는지는 알 수는 없다. 우현이는 언제 중국어 공부를 했지? 그래도 그래프가 급격하게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물었다.
“우현아, 그래서 재미 좀 봤어?”
“효상아, 지금까지 수익률 1000%다. 1000%!!”
15. 승기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이야기다. 승기는 불로소득을 멀리한다. 불로소득은 직접 일하지 않고 얻은 소득이다. 승기는 땀을 흘리지 않고 얻은 소득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노력해 투자하는 시간에 본업에 신경 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뼈 빠지게 일해서 돈을 모으면 뭐 하나? 부동산으로 며칠 만에 1년 치 연봉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백번 양보해서, 본업에 집중해 직무 능력을 계발한다고 한들, 연봉 인상은 한계가 있다. 어차피 내 실력으로는 억대 연봉받기도 글렀다.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해마다 늘어가는데, 하긴 승기는 자신만의 교육관이 투철하다. 그게 통하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승기가 비판적으로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000%? 그러한 수치가 말이 되나? 이렇게 단기간에? 하여튼, 지금 당장 투자한 돈을 빼. 떨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엄청난 이득이니까. 그만 욕심부려. 그래서 얼마를 넣었어?”
“이억 원, 아내 몰래 모은 비자금 삼천으로 시작했다가 수익률이 너무 높아서 신용대출 좀 받았어.”
우현이가 드디어 대박을 터트린 건가? 이억 원의 1000% 수익률은 도대체 얼마야? 11배인가? 뭐야, 그럼 22억? 정말로? 감도 안 잡히는 돈이다. 당분간 술값은 전부 우현이 몫이다. 우갈량이 진정으로 부활했다.
“우갈량, 살아 있네. 당분간 술값은, 아니 평생 안 낸다. 진짜 좋겠다. 축하한다. 축하해. 도대체 얼마를 번 거야? 투자금 언제 회수할 거야?”
“효상아, 승기야, 아직 너희들 자리 남았다. 돈 좀 있으면 투자해. 없으면 빌려서라도 투자해. 원래 기쁨은 나누는 거다. 우리 베프 아니가! 하하하.”
16. 오래간만에 듣는 우현이의 거들먹대는 사투리다. 정말 즐거운가 보다. 단톡방을 넘어서 우현이의 너스레 떠는 웃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1000%면 놀라운 수익률이다. 우현이처럼 몰래 모은 비자금은 없으니 신용대출 좀 받아볼까?
“고급 정보가 우현이까지 흘러 왔으면 끝물일 수도 있어. 정보라는 게 그래. 돌아가는 순위가 있거든. 우현이하고 연락하고 지낸다는 중국인? 우현이 성격이라면 한 번쯤 중국인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했는데 오늘 처음 들었다. 효상이 너도 처음 듣지 않았어? 더군다나 중국인이야. 한국인이 아니라고. 아까 사이트 보니까 전부 중국말이야. 주식 공부하려면 한국어로도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 주식 시장도 아니고 중국 주식 시장이야. 다른 나라 사람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이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현이, 넌 여기 사이트에 올린 글을 정말 다 이해하고 보는 거야? 그래프하고 숫자만 보고 좋아하는 것 아니야? 하여튼 많은 욕심이 모여 엄청난 수익률을 보일 때 빨리 투자금 회수해. 우린 술이나 얻어먹으면 돼. 효상이 너도 쓸데없는 생각 말고.”
17. 차갑다 못해 시린 승기의 바닷물이 단톡방을 삼켰다. 썰렁하다. 승기답다. 승기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해 보니까 나도 우현이한테 중국인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온통 중국말로 쓰인 사이트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아, 그래도 우현이 정보가 진짜라면 정말 투자 안 하면 바보인데... 단톡방 안에는 승기가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우현이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낼까? 고민된다. 진짜로.
“알았다, 알았어. 승기는 너무 겁이 많아. 정말로. 좀 사람을 믿으라고. 항상 그렇게 의심만 하면 도대체 기회를 언제 잡는데? 사실 승기 말도 일리가 있어. 투자금 일부는 빼려고 했거든. 조만간 투자금 일부 회수해서 술이나 먹자. 이번에는 내가 풀 코스로 쏠게. 승기하고 효상이는 먹고 싶은 것 생각하고 있어. 기대하라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