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9: # 출장 5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9:

# 출장 5화






21. 아버지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정적이 흐른다.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방정맞은 건지, 둔탁한 건지 알 수 없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커다란 사무실의 공간을 채운다. 초침 소리가 이렇게 거슬리기는 처음이다. 예민해졌다는 방증[66]일지도 모른다. 정적을 깨고 아버지는 말씀한다.



“친한 친구는 믿을 만한 사람이야? 이 사업은 보안이 생명이야. 그리고 네 친구는 이 일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친구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아버지는 사업에 신중해야 해. 아무나 팀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어.”



두 번째 면접 질문이다. 아버지는 승기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말한다. 효상이는 말하지도 않았다. 하긴 나라도 그렇다. 단지 아들 말만 믿고 새로운 사람과 일을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다. 아버지의 의심은 내가 위기관리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 같다.



“아버지, 승기도 저도 곧 45살이에요. 그만큼 사회생활 경험도 풍부해요. 그리고 승기는 아주 똑똑해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친구예요. 그래서 얄미울 때도 가끔 있지만, 전 그런 점을 높게 사고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저, 15년 만에 만났어요. 짧으면 짧은 세월이고 길면 긴 세월이죠. 아버지가 보기에는 여전히 철없는 20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요, 아버지, 지금은 어엿한 영업직 과장이라고요. 거래처 사람들 비위 맞추며, 쓴물 단물 다 맛보았어요. 아버지와 떨어진 15년 동안 놀고만 있지 않았어요. 결혼도 했고요. 아이도 있어요. 그렇게 성장했다고요.”





22. 훌륭한 답변이다. 짝짝짝. 그나저나 의외다. 승기를 칭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쭉 내민다.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느낄 때 나타나는 아버지의 습관이다.



“우현아, 네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란다. 여기는 엄연히 인사 시스템이 있단다. 아래에서 일하는 자신감 넘치는 직원을 보았지? 그들 모두 엄격한 면접을 통해 채용한 직원이야. 여기서는 내가 최종 결정권자이기는 하지만, 널 채용하면 본사에 보고는 해야 해.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냐? 본사에 너만 보고하자. 네가 한국에서 일하려면 어차피 사람이 필요해. 그때 승기를 포함해 원하는 사람을 프로젝트 기간만 함께하는 게 어떠냐? 그러면 다른 사람은 본사에 보고할 필요가 없어. 그러면 복잡한 과정도 생략할 수 있고.”



본사라고? 아버지 사업이 아니었어? 그리고 프로젝트는 또 무슨 소리야? 도대체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이 상황에서 어리숙하게 보이면 오히려 아버지가 날 미덥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담대하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자.



“1층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보면서 대충 예상은 했었어요. 아버지가 혼자 운영하기에는 사이즈가 큰 것 같다고. 아버지,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일을 하세요? 아버지가 말하는 한국 프로젝트는 무엇이고요? 아버지 말씀처럼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다면 제가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고객을 상대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수익을 창출하는 나름 잔뼈 굵은 15년 차 영업사원이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론칭할 사업에 내가 필요한 듯싶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가져오는 게 편하다. 아버지에게 남자 대 남자로 대접받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쭉 내민다. 원하는 답은 아닌 듯하다.



“우현아, 아버지가 하는 일은 네가 생각하는 업무와는 결이 달라. 위험하다고. 말했잖니, 위험한 일이라고. 그렇기에 단호한 결심이 서지 않으면, 무슨 일인지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아.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넌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해도 되니까. 물론, 큰돈을 만질 수는 있어. 신중해야 해. 한국 프로젝트가 틀어지면, 아버지도 위험해져. 그래도 정말 하고 싶니?”





23. 슬슬 짜증이 난다. 뭐 이렇게 겁을 주는데?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럼 처음부터 부르지 말든가. 조금 더 세게 이야기해 분위기를 내 쪽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요? 아버지는 제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아닌가요? 뱅뱅 돌리지 말고 그냥 바로 말씀 주세요. 어머니와 만나서 잠시 과거로 돌아간 기분도 느꼈지만,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라고요. 아버지가 불러서 온 거예요.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고요. 그렇게 못 미더우면 이야기 그만하시죠. 전 내일 돌아갈게요.”



생각지도 못한 급격한 전개에 아버지가 내심 당황하는 게 보인다. 정적이 흐른다. 방정맞은 건지, 둔탁한 건지 알 수 없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똑딱똑딱 째깍째깍



무언가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굳게 닫힌 아버지의 입술이 떨어진다. 최종 면접은 드디어 끝난 듯싶다.



“임우현 씨 정식으로 채용하겠습니다.

앞으로 한국 프로젝트 잘 부탁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나누시죠. ”





24. 게스트 룸에 누워있다. 내일부터 인생의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나로 인해 승기와 효상이의 인생 또한 변하겠지. 부디 변화의 종착지가 불행이 아닌 행복이었으면 한다. 아버지의 프로젝트가 우리 셋 모두를 밝은 미래로 걸어가게 하는 실마리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볼을 꼬집는다. 꿈은 아니다. 잠을 이루기 어렵다. 겨드랑이가 땀으로 축축하다. 특별히 먹은 것도 없는데 소화가 안 된다. 약간의 두통도 있다. 의지와 다르게 몸은 긴장하고 있다. 그 원인이 불안과 공포인지 기쁨과 즐거움인지 알기 어렵다. 1층에서 흐르는 음악이 떠오른다. 그 음악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내용을 아는가? 자기의 능력을 과신한 오만한 선장의 판단으로 그의 선원은 하나둘 바다의 제물이 된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은 자신의 무능력을 신의 탓으로 돌린다. 신은 선장에게 저주를 내렸다. 유령이 된 선원들과 선장은 7 대양을 평생 떠돌아야만 한다. 선장은 7년에 한 번만 상륙해 자신을 구원해 줄 여인을 찾는다. 그게 저주를 푸는 유일한 조건이다.[67] 이들은 저주에 걸린 유령이다. 마치 내가 본 모든 게 거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1층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짙은 남색의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유령처럼 느껴진다. 아버지는 내 안에서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선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상상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진실인지를. 동그란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돌려 밖을 확인하는 게 이리로 떨릴 수도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꿈을 꾸는 것 같아서다. 그래도 확인을 해야 한다. 손잡이를 힘껏 돌려 문을 열었다. 진실을 확인할 자신이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포커에서 마지막 카드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살포시, 그리고 아주 느리게 눈을 뜬다. 익숙한 우리 집 아파트 거실은 아니다.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리고 그 실루엣이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실루엣이 손짓한다. 그 손짓을 따라간다.





“아들, 잠이 오지 않아? 상상했던 아버지와는 조금 다르지? 처음이지? 남자 대 남자로 아버지를 만난 적은? 네가 아버지와 어렸을 때 헤어졌잖니. 그러니 아버지의 원래 모습을 알기 어려웠을 거야. 아버지는 일에서는 차갑고 냉정한 분이야. 그만큼 치밀하고 몰두하는 능력도 대단해. 엄마는 그 점에 반해서 결혼한 거고. 그렇다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렴. 급하게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이처럼 다시 만날 거라 상상하기 어려웠거든. 그래도 엄마는 늘 기도했어. 언젠가 우현이를 다시 만날 날을 상상하며. 그래서 엄마는 오늘이 너무나 행복한 날이야. 이렇게 성장한 우리 아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25. 꿈은 아닌 듯하다. 엄마가 내 앞에 있다.



“엄마, 이게 꿈일까 무서워. 이곳도 너무 낯설고, 아버지가 이렇게 다시 성공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꿈 아니지? 지금 내 앞에 있는 게 엄마 맞지? 정말 엄마 맞지? 꿈이 아니라고 말해줘.”



그래,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으면 한다.



“그럼, 우리 아들, 꿈이 아니란다. 우리 아들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구나. 이러한 작은 행복도 의심하는 것을 보니까. 엄마가 마음이 아프네. 걱정 마렴. 내 아들, 앞으로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우리 가족이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까. 내일부터 정식으로 아버지 일을 도우면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야. 엄마도 정확히는 잘 몰라. 아버지가 하는 일을. 그나저나 시간이 너무 늦었네. 남은 이야기는 내일 하자꾸나. 잘 자렴, 내 새끼.”



어머니가 이마에 입맞춤한다. 어머니의 푸석하고 갈라진 입술이 이마에 닿을 때, 감정을 전달하는 편도체가 왼쪽 전전두피질을 두드린다. 왼쪽 전전두피질은 편도체의 방문을 환영한다.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긴장과 불안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마법의 주문을 속삭인다. 주문을 들은 후, 작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잠이 든다.


“우현아, 행복해도 돼. 모든 게 사실이니까.”



to be continued....




다음 주는 설 연휴 관계로 연재를 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6] 방증(傍證):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범죄의 증명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증거.

[67]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오페라) [출처:위키백과]




[비즈니스영어작문&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 2023년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삶을 정립하려면? 비전(VISION)과 미션(MISSION)은 회사와 개인에게 왜 중요한가? 




투덜투덜 다락방 연구소(투다연)는 두 남자(난조쌤과 김 과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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