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사실 어렵지 않다.
VOC를 카테고라이징 한다.
그중 비율이 가장 높은 것부터 개발한다.
이게 이론상 정답이다.
이게 맞다.
그런데 이게 안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자주 쓰이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faster horse)이라고 했을 것이다.”
고객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특정 집단에서만 특정 문의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싼 값에 좋은 제품’을 원한다.
그 과정과 원리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고객은 이런 걸 원한다.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시원한 물
거의 무료에 가까운 물
피부가 좋아지는 물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물
문제는, 이 모든 걸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고객의 말은 반드시 정제해야 한다.
정제한 VOC를 바탕으로,
그중 비중 높은 것부터 개발하면 될까?
또 그렇지 않다.
왜냐면 회사 안에도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 신사업 하고 싶다. 그걸 해야만 회사가 투자를 받는다.
PO: 업계에서 통용되는 레퍼런스를 쌓고 싶다. 이력서에 쓸 문장이 필요하다.
PM: 이제 안정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다.
개발자: 지금 하고 있는 걸 마무리하고, 연관된 것부터 하고 싶다. 그래야 전체 업무량이 줄어든다.
기획자: 세상에 이미 있는 것을 살짝 변형해 새로 만들고 싶다. 포트폴리오에 넣기 편하다.
대략 이러한 1차 생산자들의 열렬한 회의를 거쳐 2차 생산자들에게 전달된다.
마케터:
“신제품이면 좋겠다. 그래야 광고도 새로 만들고, 퍼포먼스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성과를 설명하기도 쉽다.”
세일즈: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부터 해달라. 안 그러면 계약 못 한다.
계약 못 하면 내 실적도 끝이다.”
CS:
“민원은 다른 곳에서 나오는데 왜 그것부터 만드냐. 그래야 내 전화 울리는 횟수가 줄어든다.”
데이터 분석가:
“측정할 수 있는 기능부터 해라. 데이터가 없으면 보고서도 없다.”
디자이너:
“멋지고 새로운 그리고 내가 잘하는 UI를 하자. 그래야 포트폴리오도 채우고, 커리어도 올라간다.”
QA:
“버그부터 잡자. 신기능 만들기 전에 제발 안정화 좀 하자.”
결국, 내부의 우선순위와 외부의 요구가 매번 부딪힌다.
우선순위는 ‘가장 많이 나온 VOC’도 아니고,
‘가장 논리적인 계획’도 아니다.
제품은 사람들의 욕망이 아슬아슬하게 타협된 지점에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