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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Sep 15. 2024

알 수 없는 인생

"사운드 이펙트2 - 물결소리"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지금 스물셋인 제가 저 질문에 대해 얘기하는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 있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봤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의 시절은 그당시 저에게 있어 제일 큰 고통의 시간이였지만, 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였어요.



극심한 우울기


그 첫 시작은 제가 고3이였을 때였어요.

우리 모두 알다시피 거의 모든 학생은 고3이 되면 수능공부에 열중하게 되는데요. 전 그당시에 좀 어리석었던게, 대학을 수시로 다 넣을 생각이라 고3 1학기까지 가열차게 내신을 챙긴 다음 2학기 때는 따로 수능공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저보단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잦았고, 시간이 많다보니 여러 생각들이 머리속에 가득차는 일이 많았어요.


뭔가 사춘기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때 '이렇게까지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의미가 도대체 뭐야??'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걸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 대학이라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고, 또 누군가는 기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좌절한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됐던 적이 있어요.


거기까진 그렇다 쳐도 저는 더 나아가게 되는데요.

'어차피 우리는 다 죽을 운명이고 이 지구도 언젠가 소멸될 텐데 뭐하러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뭐하러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가야하는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어차피 다 소멸될 운명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누릴 수 있는 모든것들, 내가 가꿔나가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다 떠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너무나 죽기가 싫어졌어요.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시간이 죽음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 뿐이라고 느껴져 밤마다 극심한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고, 다 소멸된다고 생각하니 그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이어나가지 못하게 됐어요.


어렸을 적 이 우주가 사라질까봐 두려워했던 그 꼬맹이가 다시금 나타난 것이죠.

그렇게 전 극심한 우울상태에 접어들게 되는데요. 정말 밤마다 잠도 못자고, 밥맛도 떨어져 밥도 잘 못 먹었던 기억이 나요.



정답 없는 질문


저는 그때 어떻게 해서든지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기에 누군가 그 의미를 알려주길 바랬고,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되는지 유튜브에서 정말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사실 거의 모든 영상의 핵심은 하나였어요.

"결국 모든게 인생의 순리임을 받아들여라."

이 핵심내용을 듣고 전 그당시에 너무 화가났었어요. 아니 난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하면 어떡하냐는 식으로요.


사실, 전 그때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죽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생 안에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바로,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요.

저는 물리학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물리학자는 아니기에 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물리학을 통해 우리 인생의 의미는 없다는걸 깨달았어요.


이 세상의 근본에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원칙을 알아내기가 더 어려워져요.

그저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이정도다라고만 얘기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이 왜 이런 모습이고,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거죠.


저는 이걸 이렇게 받아들였어요.

제가 왜 하필 많은 나라 중에 대한민국에서, 그 많은 사람들의 수 중 왜 우리 엄마,아빠의 자식으로, 그리고 그 길었던 인류의 시간 중에서 왜 2002년 12월 25일 10시 반 경에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특별한 의미와 사명을 갖고 태어난게 아니라 그저 그 특정순간에 여러 우연들이 겹쳐 저라는 사람이 태어났을 뿐인거죠.


결국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는건 결국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저 애써 무시할 뿐이였던 것이죠.



모두의 정답


하지만 인생에 의미는 없다는 사실이 꼭 슬픈것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에서 말한 그저 받아들이라는 것의 의미가 그저 현실에 타협하고 수긍하기만 하라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그게 도대체 뭘까 엄청 고민해보게 되는데요.

인생에 의미가 없다는 건, 인생이라는 시험에 어떠한 채점기준이 없다는 뜻이라는걸 깨달았어요.

그 말은 다시말해 우리 모두의 의미가 다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인생이라는게 다 알 수 없는거라면, 그리고 결국 인생에 정답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부여한 의미가 정답이 되어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거죠.


물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한다는 선은 있지만, 그 뒤부터 저는 제가 원하고, 제가 바라는 인생을 가꿔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순간 중 제일 고민되면서도 설레는 순간이 빈 스케치북 종이를 펼칠 때에요. 이 깨끗한 순백의 종이 위에 내가 원하는 나만의 모든 세상을 그릴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절 설레게 만들어요.

이제 저는 인생이라는 것을 그 순백의 스케치북 종이처럼 받아들여요.

나만의 특별한 그림체와 색체로 꾸며나가는 나만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게 정말 기쁘더라고요.

우리는 언젠가 다 소멸할테고 결국 다 부질없는 짓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내 삶을 스스로 가꿔나가는 순간순간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고, 이 넓디넓은 우주에 유일한 족적을 남기는 일이에요.


또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제 장애라는 것도 내 삶에 유별남을 더해주는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러한 제 가치관은 제 인생에 기반이 되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할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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