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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빨리 하는 방법 (1)

빠른 결정이 좋다

by 장우성

‘누뗄라 딸기 크로플도 먹고 싶고… 샤인머스캣 크로플도 먹고 싶고… 아 아니다 도넛 개땡긴다… 크리스피크림 부셔야겠다. 아… 시원하게 빙수도 먹고 싶은데…’


결정은 어렵다. 누뗄라 딸기 크로플을 먹자니 크리스피 크림이 울고, 크리스피 크림을 먹자니 빙수가 우는데 도대체 뭘 먹어야 가장 좋을까? 도대체 디저트 고를 때마다 다들 왜 이렇게 우는지 쿠팡이츠 디저트 목록을 내리고 있을 때면 머릿속 좌우로 선택받지 못한 메뉴들의 통곡 소리가 울린다. 왜 모든 디저트들의 강점을 아우르는 모든 디저트의 상위호환인 극한의 디저트는 출시하지 않는 걸까. 그런 극한의 디저트를 3,000원에 팔아준다면 그것만 먹으면 될 텐데.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그런 극한의 품목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록 존재한다고 해도 내가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서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결정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빨리 해야 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또, 많은 경우에 느리고 좋은 결정보다 빠르고 평범한 결정이 더 좋다. 왜 결정을 빨리 해야 할까? 먼저, 빠른 결정은 그 자체로 효용을 만든다. 디저트의 경우에는 너무 직관적이다. 나는 밥 먹고 바로 먹는 디저트를 원한다. 밥 먹고 한 시간 삼십 분 후에 배달 온 디저트는 바로 먹는 것보단 별로다. 내가 가게에 갔을 때는 이유가 추가된다. 메뉴판을 쳐다보면서 어…. 어…. 를 반복하고 있으면 내 뒤에 길게 늘어선 줄의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마음이 들린다. 또, 분명 처음에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던 주문받는 종업원의 미소도 희미해져 간다.


두 번째로, 오래 고민한다고 그렇게 더 좋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바둑의 오랜 격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고민을 오래 하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자꾸 마음에 떠오르고, 그런 것들이 점점 중요하게 생각된다. 디저트를 고를 때를 생각하면, 처음에 쿠팡이츠에 들어갔을 때는 오징어볶음을 먹은 이 짭짤한 입의 밸런스를 맞춰줄 달달한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디저트 뭐 먹을지 오래 고민하다 보니, 왠지 시원한 것도 좋은 것 같고 푹신푹신했으면 좋을 것 같고.. 기준들이 하나하나 더 추가된다. 대단히 중요하지는 않은 그 이유들이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가장 중요한 이유인 얼마나 달달하냐는 좀 잊히게 된다.


세 번째로,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은 멋지다.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을 결단력이 있다고 부르고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유부단하다고 부르지 않나? 결단력은 섹시의 상징이고 우유부단은 성적 패배를 상징한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람은 좋게 보면 귀여울 수 있지만 섹시하진 않다. 1976년의 실버스터 스탤론이 상의 탈의한 채로 문틀의 윗부분을 잡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건 섹시함을 가르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그러면 어떻게 빨리 결정할까? 결정이 어려운 상황은 거칠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후보가 너무 많은 상황, 두 번째는 후보 둘 중에서 잘 못 고르겠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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