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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빨리 하는 방법 (2)

장우성처럼 고르기

by 장우성

첫 번 째 방법, 배제하기. 우리는 왜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하기 어려워할까? 그건 우리는 기본적으로 2자 비교 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 개 중에 골라야 한다면 셋 중에 둘을 뽑아서 둘 중에 하나를 고르고, 그 승자를 나머지 하나와 비교하는 식으로 비교한다. 우리가 4차원의 그래프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3차원의 그래프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3개를 직접 비교하는 걸 불편해하고, 그 이상이면 더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은 후보 중에 골라야 할 때, 사실은 2자 비교에 따른 선택을 여러 번 해서 후보 중의 우승자를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 효율적으로 원하는 걸 고를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방법은 모든 선택지끼리 서로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람을 자연인이라고 하자. 후보가 케이크, 도넛, 팝콘, 와플이라고 할 때, 자연인은 케이크와 도넛, 케이크와 팝콘, 케이크와 와플, 도넛과 팝콘, 도넛과 와플, 팝콘과 와플을 모두 서로 비교해 본다. 이러면 자연인은 네 개의 후보 중에 어떤 것을 뽑을지 아주 명확하게 알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똑똑한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등수를 정하는 게 아니고 하나만 뽑는 건데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아주 잘 생각했다.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더 좋은 방법은 패자는 탈락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람을 월드컵이라고 하자. 후보가 똑같이 케이크, 도넛, 팝콘, 와플이라고 할 때, 월드컵은 케이크와 도넛을 비교하고, 팝콘과 와플을 비교한다. 그리고 케이크와 도넛 대결의 승자, 팝콘과 와플 대결의 승자를 비교한다. 그러면 월드컵은 네 개의 후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게 된다. 덜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똑같이 효율적인 방법도 있다. 케이크와 도넛을 비교하고, 그 승자와 팝콘을 비교한다. 또, 그 승자와 와플을 비교하면 역시 네 개의 후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게 된다. 이것보다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건 분류를 탈락시키는 방법이다. 후보들을 두 분류로 나누고, 그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건 패자를 탈락시키는 방법과는 다르다. 이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람을 장우성이라고 하자. 후보자가 똑같이 케이크, 도넛, 팝콘, 와플이라고 할 때, 바삭바삭한 것과 푹신푹신한 것 중에 고른다. 바삭바삭한 걸 골랐다면 카라멜과 누텔라 중에 고른다(난 어차피 팝콘 중엔 카라멜 팝콘과 와플 중엔 누텔라 와플 밖에 안 먹는다.). 이렇게 고르면 네 후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게 된다. 이상적으로는 두 분류로 나눌 때, 두 개의 분류에 속한 후보의 개수가 비슷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


자연인, 월드컵, 장우성은 선택의 후보가 많아질수록 선택의 횟수가 점점 차이 난다. 후보가 3개 일 때, 자연인, 월드컵, 장우성은 각각 3번, 2번, 1~2번 선택한다. 후보가 5개일 때는 10번, 4번, 2~3번, 후보가 10개일 때는 45번, 9번, 3~4번 선택한다. 혹시 공식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적자면 자연인은 n(n-1)/2번 월드컵은 n-1번, 장우성은 log2n번(숫자 2는 로그의 밑이다. 하첨자를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썼다) 선택한다.


공식을 적긴 했지만, 공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우리는 이제 뭐가 가장 효율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인지를 알았으니 그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후보들을 비슷한 크기의 덩어리로 나눌 수 있는 기준을 생각하고, 선택되지 않은 걸 버리면서 마지막 결정까지 나아가면 된다. 256개의 선택지가 있어도 이상적으로는 8번의 애기선택만에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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