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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빨리 하는 방법 (3)

아무거나 고르기

by 장우성

두 번째 방법은 아무거나다. 우리는 전의 글에서 어떻게 많은 후보들에 대해 대처하는지 알아봤다. 하지만 후보가 많을 때에도 문제이지만, 그것보다 더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두 후보를 좋아하는 마음이 비슷해서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인지를 모를 때이다.


우리는 이번 글에서는 디저트 애호가이기 때문에 디저트를 고르는 상황을 이어가 보자. 지금 우리는 카라멜 팝콘과 팥빙수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 다 너무 먹고 싶지만 우리는 가난한 학생들이어서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 이제 신중해진다. 둘을 제대로 비교해 내기 위해서 둘을 세분화해서 비교한다. 온도, 질감, 당도, 같이 먹는 음료와의 조화를 고려하기로한다. 날씨가 추우니까 따듯한 걸 먹는 게 좋겠다. 팝콘 승. 좀 부드러운 걸 먹고 싶다. 팥빙수 승. 좀 덜 단 걸 먹고 싶다. 팥빙수 승. 팝콘에 곁들여 콜라를 같이 마시는 게 팥빙수에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다. 팝콘 승. 이런.. 비겼다.


이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정보를 더 모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작위로 골라버리는 것이다.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특별히 더 맛있는 팥빙수집이 있는지, 혹은 더 가까운 곳에 더 저렴한 팝콘이 있는지를 더 확인해 볼 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많은 경우에 느리고 좋은 선택보다 빠르고 적당한 선택이 더 좋을 때가 많다.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더 쓰는 경우는 이번 글에서 좋아하는 경우가 아니니까 배제하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질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항상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거나 고를 것이다. 어차피 둘 중에서 고민된다는 건 지금 정보, 상황 아래에서는 둘이 비슷하게 좋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골라봤자 둘 중에 뭐가 더 좋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내가 골랐던 것과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서, 내가 고등학교 때 전과를 하지 않고 이과에 남았을 때의 결정의 결과를 그 결정을 하지 않은 나는 알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부동산금융에서 인턴을 했다면, 그렇지 않고 기업금융에서 인턴을 했을 때의 결과를 그 결정을 하지 않은 나는 알 수가 없다. 당연히 그 두 가지의 갈림길 중에 아직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을 때에도 선택의 결과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니 두 개의 선택지가 비슷하게 좋아 보인다면 둘 중에 아무거나 선택하면 된다. 사실 둘 중에 아무거나 고르는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진전이 없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을 때, 난 언제나 내가 럭키가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결정을 빨리 해야 하는 이유와 빨리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결정이 어렵다면 두 가지를 생각하자. 장우성과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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