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 놈의 콩깍지

by 영아


누군가를 눈에 담고 마음에 품어봅니다.

그대로 콕 박힌 채 잠자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마음이란 건 자꾸만 대상을 부풀립니다. 마치, 개구리알처럼요. 큰 물통에 물을 찰박하게 채웁니다. 통 안에 개구리알을 쏟아부어봅니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물통 입구까지 물 잔뜩 머금은 개구리알들이 차오르더랍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게 될 때에는 과장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같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던 얼굴이 예쁘고 잘생겨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눈을 마주쳐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그러다, 말이라도 섞게 되었을 때는 버벅거림을 지나쳐 어떠한 말도 잘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과장에 과장을 더하는 사랑이란 과정은 복잡하고도 복잡한 것입니다. 그 과정을 너무 힘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콩깍지입니다.

‘지팔지꼰’, 그러니까 똑똑한 사람이 사랑을 스치고 바보로 전락해 버리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최후가 안타깝기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꼰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상대방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콩깍지는 바로 이 순간에 가장 강하게 도착합니다. 사랑에 기어코 ‘빠지고’ 마는 순간이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아도 다짐은 사랑이란 거대한 물살 앞에 휩쓸려 버리고 맙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전부 설명해 보라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순간에 마음에 도달해 버린 누군가를 무슨 수로 내쫓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시기에는 부정을 해보게 됩니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라는 말들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안타깝게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 되어 버립니다.

얼마나 안타깝고 동시에 슬프면서도 웃긴가요. 거부하려 할수록 조여 오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에 질식되어 가는 과정이 사랑이라는 것이. 그리하여 결국은 멈출 수 없는 생각에 굴레에 탑승하게 되는 것이. 그 굴레가 시간을 만나 가속을 붙을수록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붉어지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그 노력이 헛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주체 못 할 사랑과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어쩌다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런 의문과 고백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을 때의 끊어질 안 좋은 끝을 생각하며 쉽사리 잠에 빠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

이런 것들을 미루어 보아, 사랑이란 건 복잡하고도 귀찮은 것이라고 봅니다. 이 관계에 있을 끝을 붙잡고선 불안과 걱정들이 밀려옴에도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그렇게 눈 딱 감고 딱 한 걸음 더 걸어가는 이는 얼마나 간절한 걸까요. 이러한 용기를 주는 것 또한 사랑이기에 인간은 평생을 사랑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콩깍지라는 건 정확히 어떤 것이고, 무엇일까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탕’, ‘사과’ 그뿐만 아니라 ‘볼펜’, ‘필통’ 이란 단어만 보아도 사랑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문맹도 바보도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나지막이 사랑을 해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라는 말을 저는 읊조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녕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살짝 예시를 비춰드리자면 길을 걷다가도 어디선가 자꾸 떠오르는 상대방으로 인해 웃게 됩니다. 다시 보니, 누군가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겠네요.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빨에 낀 고춧가루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 발자국만 멀리 떨어지면, 신경 쓰이고 다소 더러워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 고춧가루는 그 사람을 더 귀엽게 만들어주는 장치일 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는 단점으로 여겨지는 손등 화상 자국, 삐뚤한 치열, 쌍꺼풀 없는 눈 등 마저 너무 예쁘다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그러한 사랑이 전해지고 내려오기에 흑백 지옥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두 다리로 버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핑계로 앞세워

삶이라는 자신을 끝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는 않기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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