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별
왜 또 그래?
사소한 것까지 서운한 사람과 잘 삐지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세상에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었던 서로였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어도 많이 웃었죠. 웃음이 새어 나왔죠. 그러던 우리가 어느새 멀어졌죠. 나랑 잘 맞나 싶은 순간이 찾아왔죠. 둘에게만 자랑스러웠던 서로의 모습이 밉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랑이 노력으로도 이어지는 걸까요? 함께 걷던 거리를 혼자서 걷고 싶어 져요. 이 옷 저 옷 고민하던 주말에 집에만 있고 싶어요. 서운하다는 말도 듣기 싫고 하기 싫어졌어요.
사랑의 끝은 후회일까 후련일까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요. 우리는 매일매일 싸웠어요.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식탁에 앉아 밥 먹는 걸로도 싸우다 상대방이 숟가락을 내려두며 말했죠. “이럴 거면 우리 그만하자.” 그런 말을 무슨 밥 먹을 때 하냐고 물었어요. 밥 먹을 때도 개같이 싸우는데 밥을 어떻게 먹냐고 했어요. 개같이 싸울 수 있는 것도 일말의 마음이 남아있으니까 가능한 일 아닐까요.
화가 난 듯 자리를 정리하고 집을 나서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어요. 어디선가 울컥 쏟아버리고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울기 싫어 숟가락에 밥을 퍼 입 안으로 넣었어요. 현관문이 닫히고 씹어먹던 모든 게 터져 나왔어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어요.
네, 헤어진다는 게 뭔지 정확하게 몰랐어요. 싸우고 집에 가서도 다음 날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살아 있는데 영영 볼 수 없다는 게 이렇게 그립고 아픈 일인지는 전혀 몰랐어요.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아니 꿈에서도 찾아와서 불쑥불쑥 저를 놀라게 해요. 헤어지기만 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깨진 유리병을 붙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 번은 더 이상은 못 버틸 거 같아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어요. 신호음이 몇 번 안 가 받더라고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분 동안 전화를 했어요. 말을 하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좋았죠.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나 상대방 집 앞 카페에서 만났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더 예뻐 보이는 거 있죠. 그렇게 상투적인 질문 — 잘 지냈어? 응 넌 잘 지냈어? 을 하다 나는 잘 못 지냈어.라고 운을 띄운 뒤 미안하다고. 후회한다고 말을 이었어요. 이런 모습 정말 없어 보이고 찌질하게 보이겠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요.
해가 가장 밝게 떠 있는 낮에 동네 카페에서 서로를 붙잡고 우는 커플이 있었어요. 그런데요. 재회의 기쁨은 얼마 안 가 깨지고 말았죠. 되돌이표로 돌아와 악보에 표시된 피아노 페달을 밟듯 우린 꾸준히 싸웠어요. 페달이 더해지면 더 크게 더 많이. 속도를 더해가며 싸우고 싸우다 결국은. 네, 헤어졌어요. 재회하는 사람들은 전부 헤어지더라도 우린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희들 또한 그런 가설이자 진짜 같은 말에 힘을 굳히게 해 준 표본이 된 거죠. 당분간은 사랑 없이 침대에 기대어 잠이나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