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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09. 2021

흉내 내는 말

아무 소리도 안 나요.

삐약삐약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푸 푸 개구리
집게집게집게 가재
푸르르르르르르 물풀 
따당땅땅땅 소라


흉내 내는 말에 대해 배우기 위해 작은 동물원, 동물 농장 등 노래를 부릅니다. 그 안의 흉내 내는 말을 찾아보고 다른 소리와 모양을 흉내 내는 말로 표현해보지요.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공부입니다.


"그럼 이제 개울물을 흉내 내는 말로 나타내어볼까요? 누가 해볼까?"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와중에

"개울물이 뭐예요?"

"그건 작은 시냇물을 뜻하는 말이야."

"시냇물은 뭔데요?"

정말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냥 냇물이라고도 해요. 산골짜기나 들판을 흐르는 물줄기 있잖아. 작은 강물 같은 거..."

또 다른 아이가 즉시

"산골짜기? 아, 폭포?"

"폭포가 아니고 폭포가 아래로 흘러가서 생기는 물줄기~"

그제야 모두 이해한 듯합니다.


졸졸졸, 줄줄줄, 주르르, 찰랑찰랑, 첨벙첨벙, 쏴아, 출렁출렁... 별의별 흉내 내는 말이 다 나옵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시냇물의 형상이 다 다르니까요.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면 더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한 녀석이 손을 들고 일어서서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까먹었나 봐요."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리고 또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앉아서 더 생각해도 돼." 앉으라는 손짓과 함께 말해도 앉지 않습니다.

"물은 흐를 때 소리가 안 나요. 아무 소리도 안 나요. 물결만 보여요. 반짝반짝"

너희들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의 진지한 표정입니다.

"아하! 우리 00이가 커다란 물줄기인 강물을 봤구나. 맞아 깊은 강물은 소리가 안나지."

"강물이 아니에요. 그냥 시냇물이었어요. 우리 할머니네 가면 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녀석은 전에도 놀라운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봄꽃인 벚꽃을 색칠하기 했는데 색을 못 칠하고 앉아만 있는 거예요. 그래서 왜 안 칠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글쎄

"무슨 색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흰색도 아니고 회색도 아니고 핑크는 전혀 아니고..."

결국 색을 안 칠하기로 마음먹었었답니다. 섞어서 칠해보라고 했더니 꽃은 한 색깔이라나요.


자세히 보고 깊게 생각하는 아이, 거기서 더 나가 세상의 이치를 명명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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