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뭐야?
“너도 잘할 수 있어. 희망을 가져.”
받아쓰기 70점 받은 아이가 50점 받은 아이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희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너무 신기해서 물어보았지요.
“희망이 뭐야? 어떻게 하면 희망이 가져지는데?”
“희망은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느낌은 알겠는데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이럴 때는 모두에게 질문을 돌리고 아이들의 답을 듣는 게 빠릅니다.
“얘들아, 지금 이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했는데 희망이 무엇일까? 아는 사람 말해줄래?”
- 행복한 마음이요.
- 꿈이요.
- 자신감을 갖는 것이요.
- 잘할 수 있는 것이요.
- 100점 받는 거요.
다양한 대답 속에 아까 그 아이의 대답.
“다음?”
“네. 다음 기회가 있는 거요. 다음에 100점 맞으면 희망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구나. 희망은 다음 기회였어.”
그리스 신화가 생각납니다. 제우스가 판도라에게 열어보지 말라고 준 상자를 열었을 때 이미 불행은 다 뛰쳐나왔습니다.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분노와 절망 등이 불행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그 안에 딱 하나 남겨진 것이 희망이었지요. 상징으로 남아있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자 안에 살아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그래도’ 남은 하나가 희망입니다. 불행한 순간에 ‘아직은’ 붙들고 있는 게 희망입니다.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그래도’와 ‘아직은’의 여지가 남아있다면 분명 다음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다음 기회... 모진 순간에 '그래도' 다음이 있고, '아직은' 다음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집니다. 귀한 사실을 알려준 아이가 마치 꼬마 성자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