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세 Jul 28. 2023

걷기의 말들과
내 몸속 마이크로바이옴

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걷기의 매력을 몰랐다면 결코 읽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책이다. 들썩들썩 걷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동하게 하는 책이지만 평소 글을 써보고 싶다는 나에게 용기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마녀체력이 좋아하거나 감명받은 100개의 말(구절)을 시작으로 그분의 일상을, 경험을 특히 걷기와 관련된 내용을 써 내려가는 책으로, 나에게는 이런 글의 형식이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다가왔다.


나는 다양한 정보를 주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런 형식의 책에서는 나와 취향이 맞으면 앞으로 읽을 책을 고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브루스 그리어슨이 쓴 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What Makes Olga Run?)은 다음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또 다른 책은 웬디 스즈키의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Healthy Brain, Happy Life....)이다.


운동과 뇌의 연관성에 대한 책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하는데, 최근 연구에서 대장과 같은 장 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 운동 욕구와 운동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운동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만 개인의 운동 욕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미생물 그룹이 숙주의 운동 욕구와 운동 능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조절자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운동을 하는 동안 도파민이 분비되어 운동 수행 능력이 증강되는데, 장내 미생물 중 하나인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특정 대사물질이 장내 감각뉴런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고, 신호를 받은 뇌는 도파민을 생산한다는 것을 마우스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의 양이 증가하여 운동 욕구를 높이고 운동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운동 능력과 밀접한 2종의 박테리아를 마우스의 장에서 발견하였다. 발견한 박테리아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항생제로 이들 박테리아를 제거하자 마우스의 달리기 능력이 절반으로 감소한데 비해 다시 박테리아를 넣어주거나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특정 대사물질을 넣어주면 운동 능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운동하는 동안 도파민 보상회로를 강화하여 운동 수행 능력을 증가시키는 장과 뇌 사이의 연결축(gut-brain axis)을 발견한 것으로, 향후 인체에서도 이러한 장-뇌 연결축이 확인되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방법과 효과적인 운동량 증가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또 뇌의 보상 관련 활동을 조절해 중독이나 우울증 치료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설명 : 장내 미생물(Gut bacterium)이 분비하는 특정 대사물질(FAA, fatty acid amides)이 장내 감각뉴런(TRPV1-expressing sensory neuron)을 자극하여 이 신호는 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 장내 감각뉴런의 신호를 받은 뇌의 선조체(Striatume region of the brain) 영역에서는 도파민 생산 뉴런을 활성화시키고, 한편으로는 도파민 분해효소인 MAO(monoamine axidase)의 활성을 낮추어 결과적으로 도파민 양이 증가하여 운동 욕구를 강화하고 운동 능력도 향상시킴

출처 : Nature, Gut microbes shape athletic motivation, 2022.12


나는 이랬었다. 운동이 뭐예요? 사서 고생하느니 저는 숨쉬기 운동만 할래요. 등산이 뭐예요? 산은 멀리서 보는 게 멋지고, 근처 식당에서 부침개 먹고 오는 최고예요. - 내 나이 40대 초반까지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50대에 들어서는 지금은? 운동 예찬론자가 되었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 월, 수는 직장 내 동호회에서 퇴근 후 1시간가량 요가를 한다. 화, 목은 평소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홈트를 하다가 최근에는 집 근처 센터에서 PT를 시작했다. 토, 일은 남편과 2시간가량의 등산을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박팀장님과 함께 직장 바로 근처 야트막한 산을 돌고 오는데, 1시간가량 걸린다.  


나는 왜 이럴까? 운동을 싫어하던 시절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난 자야 돼'하면서 얼른 집에 가서 자고만 싶었고, 푹 자고 일어나면 심각했던 문제들이 별거 아닌 게 되어버렸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게 된 이후로는 열받거나 고민이 있으면 '난 걸어야 돼'가 되더니 '난 달려야 해'가 되었다. 뭘 생각을 정리한다기보다는 멍 때리면서 걷고,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내 몸에서 피식피식 김을 빼면서 나와서 그런지 이게 또 별거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요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어렸을 때는 내 아이처럼 운동도 싫어하고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봐봐, 지금은 뻣뻣했던 몸에 기름칠이 되어 어느 정도 유연하게 되었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찬양하게 되었잖아. 아이가 누굴 닮겠어? 아이도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자.'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지금은 토요일 아침, 얼른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침대에 붙어 있는 남편을 데리고 동네 뒷산(정림삼봉 - 쟁기봉, 효자봉, 장안봉)을 갔다 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긴즈버그의 말과 ChatGPT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