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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블루스

에필로그

by 필경 송현준

끝,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도시

성심당 앞,
늘 그렇듯 긴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사소한 것에도 마음을 거는 삶의 방식이겠지요.
그 줄을 지켜보다 문득,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계룡산을 오르며,
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숨이 찰수록,
지나온 길이 희미해지고
정상이 가까울수록,
내려가는 길을 자꾸만 상상하게 되는 것.
오르막과 내리막,
그 모든 곡선이 결국은 하나의 삶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의 나날도 그렇게 엮여 있었겠지요.


대청호를 마주할 때면
떠난 이의 얼굴이 물안개처럼 떠오릅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그토록 사무치던 순간들이
호수 위 잔물결처럼 번져옵니다.

사랑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는 종종, 너무 늦게 돌아보곤 하지요.


대전역.
수많은 이별과 시작이 엇갈리는 그 플랫폼에서
나는 문득, 이 이야기도
어딘가로 떠나려는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에게 도착하는 길이기를,
당신의 다음 이야기에 닿기를,
그 바람 하나로 이 문장을 씁니다.


이 시들은
하나의 도시에서 태어나,

하나의 삶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니 이 끝은,
결코 마지막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시 길을 걷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이 도시는 언제나,
당신을 위한 두 번째 시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전 블루스는 끝났지만,
당신의 삶은 지금 막,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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