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대신 책임져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수습되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이 꼬이고, 마음이 흐트러지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를 만큼
복잡하게 얽힐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 누군가 나 대신 한 걸음 나서 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도 없습니다.
야구에는 그런 존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구원투수'라 부릅니다.
이미 만들어진 위기 상황.
그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서는 사람.
실패하면 비난을 뒤집어써야 하는 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그 마운드에 올라야 합니다.
구원투수는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무너진 이닝을 대신 정리합니다.
희생을 각오하고,
조용히 걸어 나옵니다.
우리도
그런 구원투수가 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
무너진 하루를 대신
감당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정과 감사의 표현입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순간을
받아들이는 용기이기도 합니다.
야구 규정에 따르면,
구원투수가 점수를 내줘도
자책점은 원래 투수의 몫입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애초에 위기를 만든 것도,
그 상황을 만든 것도
바로 나 자신입니다.
구원투수가
완벽히 막지 못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위기를 함께
버텨준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가끔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도움 덕분에
간신히 하루를
넘기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겨우겨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 날들이 쌓여
우리는 힘들지만 살아냅니다.
‘구원투수’는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존재입니다.
모든 것이 흐트러진 후에야 호출되며,
자신이 아닌 상황을 대신
수습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공이 아니더라도
무너진 경기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그 용기,
그 책임감이 있기에
경기는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삶도 그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구원 덕분에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구원투수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덕분에 하루를 버티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은 혼자 던지는 공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의 경기에서,
서로의 위기 앞에서
때때로 구원투수가 되어야 할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