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구

정직한 승부 속, 여유라는 기술

by 송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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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정면승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타자의 방망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살짝 벗어난 공을 던지기도 합니다.

스트라이크처럼 보이지만 볼이 되는 공,

바로 '유인구'입니다.

결코 비겁한 공이 아닙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꿰뚫으며
최선의 승부를 만들기 위한 기술입니다.


단지 빠르고 강한 공만이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유인구는 타자의 기대를 비껴가며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결정적인 아웃을 이끌어냅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모든 일을 정면으로만 받아치려 하다 보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진심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진심이 전해지기 위해선
'표현의 방향'도 지혜로워야 합니다.

말을 아낄 줄도 알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며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옳은 말이더라도,
그 순간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 부드럽게 감싸며 던지는 것이
더 깊이 닿을 때가 있습니다.


연인 간의 말다툼도 그렇습니다.
끝까지 내 주장이 옳다고 소리치는 것보다,
잠시 침묵하며 상대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지켜주는 유인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면승부는 당당하지만,
모든 승부에서 정공법만이 답이진 않습니다.


때로는 한 발 비켜서,
상대를 흔들고, 기다리고, 다시 던지는 것.
그 유연함 속에 진짜 실력과 성숙이 숨어 있습니다.


유인구는 반칙이 아닙니다.
정직하게 이기기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가장 어려운 타자를 잡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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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생각-

야구의 유인구는 단순한 속임수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상대를 꿰뚫는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정직한 전략’입니다.

정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대의 심리를 헤아리며 던지는 공.
그 속에는 여유, 지혜,

그리고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삶에도 그런 유인구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내가 옳더라도,
상대를 흔들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는 여유.
그런 선택이 결국 더

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되,
항상 정면만 고집하지 않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삶이라는 긴 게임에서
진짜 중요한 승부처를 만드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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