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 어느 하원길의 기적
두 손 꼭 잡고 하원하던 길,
너는 갑자기 내 품에서 사뿐히 내려
조심스럽게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둘만의 작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간이 멈춘 듯,
내 가슴속에 따스한 빛이 퍼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녕!” 하고 인사하는 너의 옹알이에
내 마음도 자연스레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은 서툰 너의 말투지만,
그 모든 말이
세상과 나누는 가장 순수한 대화였다.
걷던 중 갑자기 너는
“아빠, 쨍!” 하며
내 손을 향해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그 작은 손바닥의 온기에
무거운 마음속 어둠이 걷히고,
햇살처럼 환한 웃음이 쏟아졌다.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겨주려 하자
“아빠, 내가!”
스스로 벗겠다는 네 눈빛에
나는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아침이면,
내가 아직 잠든 척할 때마다
너는 살그머니 다가와
“뽀-뽀” 하며 조심스레 입술을 맞추고,
옹알이로 속삭이듯
‘일어나’라고 말하곤 한다.
그 작은 숨결 하나하나가
내 하루를 가장 먼저 깨우는
은은한 사랑의 노래처럼 느껴진다.
조금씩 자라나는 너를 바라볼 때면
기쁨 속에 슬며시 스며드는
시간의 속도에 마음이 아릿해진다.
처음엔
‘빨리 뒤집었으면’,
‘빨리 기었으면’,
‘빨리 걸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이제는 점점 더
‘천천히, 아주 천천히’라고
속삭이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작은 손끝이 내 손을 스치고,
서툰 옹알이가 마음을 적시는 이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선물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너의 작은 손동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고마워.
잘 자라줘서,
내 손을 꼭 잡아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