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자리에서 너를 보다
어린이집을 일찍 마친 후,
너와 나는 대전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은 공연장이었다.
무대가 조용히 빛을 밝히고,
음악이 공간을 천천히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너와 함께 그 소리를 느끼고 싶었다.
너의 작은 마음에도 이 멜로디가 스며들기를,
우리 둘 사이에 이 순간이
조용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는 내 옆에 말없이 앉아
내 손을 꼭 쥐고만 있었다.
눈은 멍하니 무대를 향했지만,
마음은 그 어디쯤 멀리 떠 있는 듯했다.
너에게 이 시간은
조금 갑갑하고, 어쩌면 지루했을 것이다.
작은 몸으로 긴 시간을 견뎌야 했고,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 낯선 울림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너에게 말을 건넸다.
네 마음에 작은 파동이라도
닿기를 바라며.
하지만
너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어깨가 흔들렸다.
끝내 참지 못하고, 너는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울어?”
나는 물었지만,
너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도 믾이 울고 있었다.
낯선 공간과 정해진 시간,
그 안에서 아이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부모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짧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 없이도,
그 울음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갔다.
공연이 끝나고도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나는 말없이 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자연스레, 발길은
납골당으로 이어졌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너는 조용히 따라와 주었다.
어머니가 그리웠다.
이곳엔 더 이상 어머니가 없지만,
그날의 감정은 자꾸만
그분이 머물던 자리를 떠올리게 했다.
너는 할머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 순해서,
나는 오히려 마음이 아려왔다.
너는 할머니를 만나본 적 없지만,
그 웃음 속에는
마치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는
그리움의 얼굴이 숨어 있었다.
놓쳐버린 시간들,
함께하지 못한 계절들,
그 모든 것들이
그 순간, 내 안을 스쳐갔다.
오늘,
너와 함께한 이 하루는
음악과 그리움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그리움은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을 채우고 있었지만,
너의 손을 잡고 있는 지금,
나는 그 안에서
조금의 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네가 자라나는 순간을 따라
나도 또 한 걸음씩,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우리가 함께한 오늘 같은 날들이
언젠가 너의 마음에도
작은 음악처럼 남아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