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출근중,아빠는 육아중(12화)

그럼에도, 너를 닮아 기쁘다

by 송필경


너를 처음 가졌을 때,

엄마와 나는 서로를 보며 자주 웃었다.

“아빠의 넓은 얼굴은 닮지 않기를.”

“엄마의 살짝 아주 살짝

듬성한 머리숱도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특히 너는 여자아이였기에,
조금이라도 더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랐다.

우리는 조심스레,
물려주고 싶은 것과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나는 바랐다.
엄마의 큰 키를,
그리고 아빠의

좋은 기억력을 닮아주기를.

그렇게 우리는 너를 기다렸다.


그런데,
너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콧물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단다.


밤이 되면 코가 막혀서
숨 쉬는 것도,

잠드는 것도 힘들어했지.


걱정이 된 나는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의사는 알레르기 검사를 권했고,
우리는 피검사를 진행했다.


며칠 뒤, 결과를 들으러 간 병원.
의사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계란 흰자 알레르기.
양모, 즉 양털에 대한 반응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의사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내 마음은 자꾸만 꺼져만 갔다.


모두,
나에게 있는 알레르기들이었다.

그대로 너에게 전해진 것 같아서,
도무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하늘은 유난히 흐렸고,
내 마음은 먹구름처럼 무거웠다.


심란한 마음으로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는데,
너는 나를 향해 작은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어주었다.


그 웃음이
너무 예뻐서,
나는 도리어 미안해졌다.


딸아.
정말 가능하다면,
아빠가 너 대신 아프고 싶다.


네가 힘들어할 일들,
불편한 것들,
모두 아빠가 가져가고
좋은 것들만 너에게 주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나눠지지 않는단다.


그래서,
아빠는 다짐했다.

그깟 알레르기 따위,

우리 함께 이겨내자.


아빠는 너를 도울 거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너 안에 조심스레 심어줄 거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

불편함 속에서도 웃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아빠가 곁에서 끝까지 함께 지켜줄게.


오늘은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그럼에도 너를 닮아 아빠는 기쁘다.


아프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그 증거를 함께 견디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아빤,
지금 이 삶이
조금 슬퍼도 충분히 행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