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2

하루 웃음으로 흐른다.

by 송필경

늘어난 티셔츠


오래 입은

목이 쭉 늘어난 티셔츠가 있다.

옷을 안 산 지 꽤 됐지만

이건 도저히 버릴 수 없다.


잘 때도, 쉴 때도,

혼자 있을 때도

그 티셔츠가 제일 편하다.

몸이 먼저 알아챈다.


가끔

모르고 밖에 입고 나가면

애 엄마는

"이젠 좀 버리지?"

라고 말한다.


근데 이상하게 집에서

이 옷을 입으면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건조기를 새로 샀는데

그 성능이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살이 쪄서 그런가.


그 티셔츠가

조금 타이트해졌다.


애엄마에게 말해야겠다.

이젠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고.


작가의 말

- 익숙함을 버리는 일은, 결국 나를 조금 놓아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