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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교통정체)

교통정체

by 필경 송현준

삶의 교통정체, 멈춘 듯 보여도 나는 아주 조금씩

도로 위에 길게 늘어선 차들. 앞차의 범퍼가 어쩌면 그리도 내 인생의 한 단면과 똑같은지. 꽉 막힌 길 위,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브레이크 등은 마치 내 멘탈을 사정없이 밟아대는 발자국 같다. 엑셀을 밟아도 차는 꿈쩍 않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아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삶도 늘 이 감정의 위아래를 오가는 반복의 연속인 것만 같다. 마음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현실은 꼼짝도 않고 발목을 붙잡는 무력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멈추고 싶어도 밀려가는, 예측 불가능한 흐름 속에 스스로를 내던진 기분이다.


분명 신호등도 없다. 이정표를 따라 길을 막아서는 특별한 규칙도,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보이지 않는다. 도무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도, 도로는 꼼짝하지 않고 막혀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멈춤'이란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이 찾아올 때가 더 많지 않나. 우리는 의미 없는 정체 속에서 허무함과 짜증만을 짊어진 채, 답답함에 몸부림치며 시간만 흘려보내곤 한다. 무엇이 우리를 멈춰 세웠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막막함.

"앞에 정체 구간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무심한 목소리가 기름에 낀 짜증처럼 울린다. 무심한 기계음 앞에서 욱하고 터져 나오려는 불평을 삼키며, 나는 또다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엑셀, 브레이크. 브레이크, 엑셀. 똑같은 패턴 속에 갇혀 지루함과 무력감이 번져 나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구간을 얼마나 더 버텨내야 할까. 옆 차선을 슬쩍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이내 그쪽도 마찬가지라는 현실을 깨닫고 체념한다.


삶이 꽉 막힌 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도무지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의미를 찾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멈춰 선 것처럼 보이는 그 순간에도,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내 바퀴는 비록 멈춘 듯 보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한 뼘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삶의 정체는 멈춤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비상을 위한 숨 고르기이자, 새로운 속도를 내기 위한 침묵의 준비 기간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시원하게 뚫릴 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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