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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내일부터 다이어트)

내일부터 다이어트

by 필경 송현준

머리 아픈 날, 그리고 '내일'의 핑계

쓸데없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날이 있다. 마치 스크럼블 에그처럼 뒤섞여 혼란스러운 생각의 파편들. 대체 무엇 때문인지, 혹은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짓누른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내면에는 이미 실패를 경험한 내가 초라하게 앉아 있다. 실패의 잔상이 실제보다 더 강렬한 고통으로 엄습하는 것이다. 거울 앞에 서서 오늘의 나를 마주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온몸의 에너지를 다 소진한 듯 지쳐 있었다. 삶의 무게가 어깨가 아닌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

'근심'이라는 녀석은 참으로 영악하다.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미리 짊어지고, 있지도 않은 문제들을 상상하며 우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마치 고지서 한 장 없이 미지의 빚을 갚는 것과 같은 무의미한 소모다. 그러다 결국, 시작도 해보기 전에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패배감에 휩싸여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수많은 잠재력과 가능성들이 이 지레짐작의 걱정 앞에서 사장되는 비극. 나의 머리가 아픈 날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곤 한다. '해볼까?'라는 의지 대신, '하지 말까?'라는 포기가 먼저 고개를 드는 것이다.

깊고 무거운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 해결되지 않는 불안과 끝없는 걱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문득 이 모든 고뇌를 한순간에 덮어버릴 하나의 문장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이 절묘한 한 줄이 나를 살린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불안이 일순간에 증발하고, 묘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지친 나를 위로할 가장 완벽한 치트키이자, 현재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마법의 주문. 살은 결국 내가 찌는 것이고, 치맥은 언제나 영원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깊은 고민의 끝에서 찾은 것은 거창한 해답이 아닌,

내일로 미루는 합리화였다. 이처럼 우리의 머리는 가끔 답 없는 고민들로 아프지만,

스스로를 구원할 기가 막힌 유머와 핑계도 역시 우리 스스로에게서 찾아낸다. 그게 바로 지쳐도 내일을 살아가는 인간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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