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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쿵?!(잠이오지않는다)

(잠이오지 않는다.)

by 필경 송현준

뫼비우스띠 위 잠 못 드는 밤


휴대전화를 손에 쥐는 순간, 세상의 모든 고요는 종적을 감춘다. 짧지만 강력한 영상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쇼츠의 세계. “딱 30분만 보고 자야지.” 시계를 흘긋 보고 다짐하지만,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은 멈출 줄 모른다. 다시 시계를 본다. 이미 자정을 한참 넘겨,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간.

눈은 이미 더 멀뚱해져 버렸는데, 침대에 몸을 뉘이면 휴대전화가 발하는 희미한 불빛이 온 신경을 자극한다. 알고리즘은 마치 뫼비우스띠처럼 끝없는 콘텐츠의 고리 속으로 나를 돌리고 또 돌린다. 내일은 지옥 같은 출근길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스스로를 지옥으로 이끌고 있다.


“진짜 마지막이다. 이번엔 정각까지만.” 이번만큼은 이길 수 있을 것만 같던 의지는 또다시 산산조각 난다.

드디어 전원을 끄고 눈을 감았다. 승리자가 된 기분으로 잠이 쏟아져야 마땅한데,

망할 놈의 머리는 백색 소음이라도 흘러나오는 듯 시끄럽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정신은 또렷하기만 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깊은 한숨과 함께 창밖을 내다본다. 희끄무레한 새벽빛이 밀려오는 것을 본다.

아침이 오면 나는 다시 일상이라는 전장으로 끌려갈 것이다. 온몸을 휘감는 이 피곤함은 마치 선고와도 같다. 나는 내일, 어쩌면 죽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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