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초겨울 창밖에 흩날리는 눈발이 낮은 울음을 흘렸다.
그 희뿌연 낙하의 떨림 속에서
나는 오래전 오빠에게서 떨어져 나간 시간들을 들었다.
철근 같던 사람이, 조금씩 스러지고 있었다.
오빠의 어깨에 얹혔던 짐들은 툭 튀어나가면 다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수박씨 같았다.
그 사소한 잃음들까지 주워 담으려 애쓰던 순간들이
언젠가부터 그의 등을 더 깊게 굽혀놓았다.
아침마다 부풀던 노랫소리는
낡은 전축의 축음기처럼 비틀리기 시작했다.
초겨울 하늘의 축축한 기운 아래
그 비틀림은 오빠 하루의 녹아내림과 닮아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오빠는 처음부터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겉은 단단했지만, 속은 누구보다 빨리 녹아내리는 사람.
얼어 있던 달콤함이 사라지고
남은 짠 기척이 내 목 안쪽까지 차오르던 날들,
햇살이 낮게 기울며 길 위의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오빠는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녹아내렸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미소를 지었다.
두 눈에 그렁한 빛을 담은 채
걸걸한 목소리로 막걸리 한 잔을 들고
내일은 이슬처럼 가벼울 거라 말했다.
믿기엔 멀었고,
믿지 않기엔 너무 다정한 말.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말을 믿는다.
쓰러지면서도 내일을 말하던 그 습관이
내 삶의 어둠 속에서도 천천히 녹아
한 줄기 빛이 되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 모두 녹아도
한때 분명 달았다는 기억이 끝내 남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