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울퉁불퉁한 삶, 그 표면에
세월이 깊이 판 고통의 연보.
묵묵히 읽히는 주름마다
인고의 발자국, 침묵의 기도가 박혔다.
끝마다 돋은 날선 가시는
저 바다 앞에서 맨몸 내어준
어머니의 시린 발톱, 아버지의 굳건한 어깨뼈.
지켜내기 위해, 때로는 자신을 찢어 삼킨 송곳니였다.
뒤틀린 몸, 터진 껍질 사이로
무한한 삶의 무게를 견딘 늙은 생의 나이테.
스쳐 간 바람은
가슴팍 깊이 난도질된 핏빛 상처으로 새겨지고,
때로 드리운 햇살과 빗물마저
마르지 않는 심장 속으로 먹먹한 아픔 되어 스며들었다.
그럼에도,
투박한 몸속, 억겁의 세월을
눌러낸 비명 같은 아픔 끝에
마침내, 불 지른 듯 타오른
황금빛 숨결 같은 향이 터져 나왔다.
그 향, 단순한 냄새를 넘어
메마른 세상의 심연까지 스며들었다.
아, 그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었다.
가난했던 날들의, 낡은 종이 위
어둠 속 더듬던 희미한 발자국.
아이 이마에 젖어드는 간절한 땀방울.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모든 시간을 깨우는
온 생을 걸어 빚어낸 무형의 성찰이었다.
모진 바람에도 결코 쉬이 꺾이지 않고
향을 잃지 않는 나무,
아물지 않는 상처마다
빛과 비가 다시 맺혀
더 깊어진 한 영혼의 뿌리가 된 열매.
그 모든 지독한 사랑의 흔적은
향으로 기어이 승화되어
끝내, 사랑하는 자식의 영원한 이름으로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