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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개피

7회

by 필경 송현준

삶에 낙이 없는 얼굴들
떡진 머리, 비에 젖은 냄새.

지나가는 이에
담배 한 개비 빌려 물고
동냥으로 받은 잔돈,
소주 한 병 품에 안는다.

누군가에겐 아버지였고
또 누군가에겐 아들이었을 사람들.


그 속엔 새까맣게 타버린
나태의 흔적,
버림받은 시간,
묵묵히 바닥에 눌어붙어 있다.

떫은 감처럼 시간에 익어
홍시가 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감나무에서 떨어진 채
까치밥조차 거부당하는 이름들뿐.

세상에게 바란다.
그들 마음속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 하나
나태의 껍질 깨고 온전한 삶으로 돌아와
가족의 기억, 마침내 완전한 책이 되기를.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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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