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12화)

12화-억울한 맥주캔 소리

by 송필경

"몰래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소리없이는 힘들다."


그날도 그랬다.

육퇴 후 맥주는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맛있었다.


하루 종일 젖병 씻고, 기저귀 갈고, 옹알이에 맞장구 치느라

내 안에 쌓인 탄산을 맥주 한 캔으로 식히는 시간.

그런데 아내가 말했다.

"준비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아기 옆에서 몰래 빠져나와

조용히, 정말 조심히

걸음 소리도 죽이고, 숨도 죽여가며

안주를 세팅하고 맥주를 꺼냈다.

이건 거의 007 작전이었다.


그리고,

아내도 몰래 나왔다.

우리는 둘 다

서로 몰래 탈출해

결국 거실에서 만났다.


그녀가 말했다.

"맥주 좀 따줘~"

나는 무심코 캔을 따버렸다.

"탁!"

그 순간,

침실에서

딸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아내의 한 마디.그렇게 소리 안 나게도 못 따?"


그 순간,

내 탄산처럼 억울함이 터졌다.

지금 내가 속상한 건

내가 다시 아기를 재우러 들어갔고

그 사이 아내는

혼자 맥주와 안주를 즐겼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도 아니다.


억울한 건 딱 하나.

"맥주캔은, 그 누구도 소리 없이 딸 수 없다고"

그 말을

그 순간에 못했다는 것이다